외화자금 시장에 봄 기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투자은행(IB) 리만 브라더스 파산보호 신청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해외차입이 풀리고 있다. 하나ㆍ우리은행이 최근 수억달러씩 장기 외화 조달에 성공한 데 이어 산업ㆍ신한ㆍ기업은행도 달러 조달과 채권 발행을 추진중이다.
단기 외채급증으로 한국경제 위기설이 최고조로 부각되던 지난해 10월 54.5%까지 떨어졌던 해외차입금의 만기 연장률은 지난달 106.3%까지 상승했다. 차입금을 전액 만기 연장하고도 외화가 남았다는 뜻이다. 신용위험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한 달 전의 4%대 중반에서 2% 후반대로 낮아졌다.
연초 신흥국가 중 폴란드와 함께 국가부도 위험이 가장 높은 국가로 매도 당하며 제2의 외환위기마저 우려되던 최악의 상황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갈수록 확대되는 데다, 세계 금융시장이 최악의 위기는 넘기면서 미국으로 유턴했던 달러가 신흥국 대표주자인 한국으로 다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금융회사의 해외차입 물꼬가 트인 상태에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키로 했다. 외평채 발행이 성공한다면 한국경제를 짓눌러온 각종 위기설을 해소하는 데 적지 않은 효과가 있다. 외평채를 발행할 때 미국 정부채권 금리에 붙는 가산금리는 금융회사와 기업의 외화 조달 벤치마크(지표금리)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른 '코리안 리스크'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는 해외차입 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점을 들어 외평채 발행을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리만 브라더스 파산 직전에 외평채 발행에 나섰다가 월가 붕괴로 포기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 대표단은 당시 월가의 돈줄이 말라버린 줄도 모르고 외평채를 발행하려다가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실패를 거울 삼고 국제금융 정보망과 인맥을 최대한 활용해 외평채 발행 규모 등을 결정하고, 가산금리도 최대한 낮춰 향후 금융회사와 기업의 조달금리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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