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수억원을 받아 사용했다는 권양숙 여사에게 어떤 죄가 적용될까.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죄를 물을 수 있을까.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7일 저녁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이 권 여사가 돈을 받은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고 밝혔다. 우선 그의 주장대로 노 전 대통령이 사전에 전혀 몰랐다면 권 여사만 사법처리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특정 사안에 대해 공무원에게 청탁해 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면 알선수재죄에 해당된다. 특정한 청탁이 없었을 경우, 박 회장과 권 여사의 친분관계로 볼 때 검찰이 이를 포괄적인 청탁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볼 것인지가 사법처리 여부의 관건이다.
대통령의 부인은 공무원으로 볼 수 없어 뇌물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지만, 일부에서는 공무원에 준하는 자리로 해석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고법 모 부장판사는 "판례가 없지만 대통령 부인은 사인(私人)은 아닌 만큼 공무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직무 관련성이 있어야 하는데, 청와대 살림이라던가 청와대 안의 일이라면 모르겠으나 박 회장의 청탁 문제에 있어서 부인의 직무 관련성을 찾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결과 권 여사가 노 전 대통령과 사전에 상의해서 돈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 부부가 뇌물죄의 공범으로 처벌 될 수 있다. 임창렬 전 경기지사 부부, 전 임실 군수 부부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 경우 대통령의 광범위한 업무범위로 볼 때 뇌물죄를 적용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전망이다. 과거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도 '포괄적 뇌물죄'로 처벌 받았다.
부인이 돈을 받았지만, 돈을 제공한 상대방이 남편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제공한 것이라면 남편만 처벌되기도 한다.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은 신성해운 측으로부터 1,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을 벌금 3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돈을 받은 사람은 이 의원의 부인이었다. 검찰은 "이 의원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금품수수에 대한 책임은 이 의원에게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상대방이 돈을 줄 때 누구를 보고 주는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진희 기자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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