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보드랍고 뽀송뽀송한 우리 아기의 몸에 암을 유발하는 석면을 뿌리고 있었다니. 흔한 말로 '엄마가 뿔났다'. 피부가 짓무르지 않도록, 땀띠나 습진이 생기지 않도록 열심히 베이비파우더를 발라주었는데, 그것이 결국 아이들을 미래의 '암 환자'로 내몰았단 말인가. 기우(杞憂)가 아니다. 베이비파우더 속에 탈크(활석ㆍTalc)가 들어 있고, 그 속에 석면성분이 포함돼 있었다. 광물질 탈크에는 같은 광물질 석면이 포함될 수 있기에, 탈크를 사용할 경우 석면 함유 여부를 확인해 여과해야 한다. 관리ㆍ감독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정부와 업체는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게 됐다.
▦석면은 섬유의 특성을 가진 광물이어서 방화ㆍ내화ㆍ단열을 위한 건축자재로 최적의 제품이었으나 중금속처럼 인체에 축적돼 장기적으로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그것이 탈크에 묻어 들어가 제거되지 않은 채 사용됐음이 밝혀졌다. 파우더화장품은 물론 사탕이나 껌에 묻혀 놓은 하얀 가루(분말)에도 사용된다. 연고나 크림, 알약 코팅도 마찬가지다. 이 가운데 석면 탈크가 사용된 제품은 식약청이 급히 간추려 발표한 것만 1,000가지가 넘는다. 그렇게 숨쉬듯 밥 먹듯 탈크를 흡수했다면 이미 '석면암(癌)'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해당 제품을 판매한 업체나 본분을 다하지 못한 식약청의 명백한 잘못을 그냥 넘길 순 없다. 그렇다고 필요 이상 법석을 떨고 난리를 피우는 일도 곤란하다. 마치 주변에서 탈크 제품을 100% 솎아내야 직성이 풀리겠다는 듯이 설쳐대면 이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식약청의 발표를 보면 석면성분이 0.05% 정도 함유됐을 탈크를 사용한 화장품이나 의약품ㆍ의료기기 등을 마치 '발암 물질'인 양 지목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아무 탈없이 사용하고 있다(국제적 일반 허용치는 0.1%). 핵심은 정도와 수준이며, 그것을 설정ㆍ관리ㆍ감독하는 곳이 식약청이다.
▦식약청이 '석면 탈크'의 유무(有無)만 판단하여 100여개 업체라느니 1,000여개 제품이라고 공표한 것은 잘못이다. 탈크에 석면성분이 섞여 있을 줄 몰랐다는 무지를 감추려고 그렇게 서둘렀다는 핀잔을 자초하고 있다. 공기나 수돗물의 발암물질 함유량이 0.00%여서 국민이 안심하는 게 아니다. 1989년의 '우지라면 파동'과 지난해 '멜라민 분유 소동'까지 경험했고, 허용치와 기준치라는 개념에 이제는 익숙하다. 우주복 같은 방진복을 입고 무균실에서 살겠다는 것도 아니다. '뿔난 엄마들'은 내용과 실상을 냉정히 살피고, '당황한 식약청'은 침착하게 함량과 기준치부터 밝히는 게 순서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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