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전직 국회의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동시에 검찰 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박연차 리스트'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7일 오후 2시 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전격 소환한 데 이어 오후 3시에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전날에 이어 다시 불렀다. 지난 1주일간의 '숨고르기'를 끝내자마자 '2라운드 수사'가 숨돌릴 틈도 없이 초고속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검찰은 김 전 의장이 재임 시절인 2004~2005년 당시 해외에서 자신의 비서실장인 김덕배 전 의원을 통해 박 회장에게서 수천만원의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우선 전날 김 전 의원을 체포해 돈을 받은 경위, 김 전 의장의 관련 여부 등을 집중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의 체포는 김 전 의장의 혐의사실을 밝히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김 전 의장의 진술과 검찰의 수사내용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2004년 10월 김 전 의장이 베트남의 태광비나 공장을 방문했을 때 불법자금이 오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틀 연속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박 전 의장의 혐의도 비슷하다. 박 전 의장은 정계를 떠나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인 2006년 4월 1억원을 받았다. 박 전 의장은 "연구원 후원금일 뿐 정치자금은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검찰은 자금의 사용처 등을 볼 때 불법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 전 의장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경선관리위원장 및 대통령 당선자 정책자문위원 등을 지낸 점, 2006년 5ㆍ31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보좌관 출신 이모씨의 구청장 재선출마를 지원한 사실 등을 '정치활동의 연장'으로 볼 수 있을지가 불법여부 판단의 주요 포인트다.
국회의장까지 지낸 두 명의 '거물 정치인'이 동시에 검찰 수사망에 걸려듦에 따라 정치권은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검찰은 이들 두 사람에 대해서도 서갑원ㆍ박진 의원과 마찬가지로 조사를 마친 뒤 추후 일괄 불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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