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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팔로어십, 신뢰의 리더십] <5·끝> 팔로어십이 지역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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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팔로어십, 신뢰의 리더십] <5·끝> 팔로어십이 지역을 살린다

입력
2009.04.08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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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센트럴파크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공원 중 하나다. 면적 3.4㎢에 길쭉한 사각형 모양을 한 이 공원에는 숲, 연못, 잔디, 정원, 동물원, 시립미술관 등이 모여 있어 "공원도 품격 있는 문화공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곳은 뉴욕 시민의 편안한 휴식처일 뿐 아니라, 이 공원을 보기 위해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방문객이 매년 2,500만명에 이를 정도로 각광 받는 세계적 명소가 됐다.

그러나 센트럴파크가 단순한 명소를 넘어 뉴욕시민의 자부심으로 자리잡은 것은 공원의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니다. 1970년대 시정부의 방기로 인해 거의 폐허가 됐던 센트럴파크를 뉴욕 시민들이 직접 나서 재건한 경험이 바로 자부심의 원천이다. 만일 그때 시민들이 시정부만 탓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센트럴파크는 아예 존재할 수도 없었을 터.

실제로 70년대 말 센트럴파크의 모습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1857년 미국의 대표적 도심공원으로 조성되기 시작해 1960년대 완성된 센트럴파크는 얼마 못돼'버려진 공원'으로 전락했다. 주요 원인은 시 정부의 재정난. 75년 파산위기에 처한 뉴욕시는 시청 공원국 직원 절반을 줄이고, 공원예산의 2/3를 삭감하며 사실상 공원관리를 포기한 것이다.

이후 관리가 소홀해진 센트럴파크에는 낙서와 범죄, 쓰레기투척 등이 난무했으며 녹지는 훼손됐다. 당시 뉴욕주 연방상원의원이었던 다니엘 모이니한(Daniel Moynihan)이 센트럴파크를 '국가의 수치'(National Disgrace)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상황은 처참했다.

이 때 '센트럴파크 재건'을 위해 구원투수로 투입된 인물이 바로 엘리자베스 B. 로저스 센트럴파크 관리소장이다. 그녀에겐 공원을 되살릴 예산은 없었지만, 비전은 있었다. 바로 센트럴파크를 단지 산책로 수준이 아니라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같은 문화공간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숲도 되고, 때로는 정원이나 전시장도 되는 소위 복합문화시설 아이디어였다.

그녀는 이 같은 비전으로 센트럴파크 인근에 사는 부유한 주민들이 기부금을 내도록 설득했다. 결과는 대성공. 미국 부유층들이 예술과 문화시설에 대한 기부에는 매우 너그러울 뿐 아니라, 기부의 성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를 좋아한다는 점을 파고든 결과였다. 이를 바탕으로 로저스 소장은 80년 뜻을 같이 하는 뉴욕시민들을 모아 '센트럴파크 보호협회'를 결성했다. 협회는 지금까지 연간 평균 1,500만달러를 모금해 시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거의 받지 않고도 센트럴파크를 세계적 명소로 만들었다.

한편 뉴욕 센트럴파크가 시민의 자발적 팔로어십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한 전형이라면, 경기도 양평의 사례는 관(官)이 어떻게 민(民)의 자발적 팔로어십을 이끌어내느냐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90년대 중반까지 양평의 지역문제는 상당히 심각했다. 73년 팔당댐이 건설되고 75년 수도권의 식수를 위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양평은 엄청난 규제에 시달려야 했다. 굴뚝산업을 유치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새로운 주택의 신축이나 기존 주택의 증축까지 제한 받았다. 게다가 한강 양안 5㎞ 이내의 산림 이용도 규제 받았고, 군사시설보호법의 규제까지 받아, "양평은 모든 지역규제의 결집장"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에 따라 양평 주민들의 피해의식과 서울에 대한 적개심은 위험수준까지 치달았다. 당시 양평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홧김에 "상수원에 독물을 확 부어버릴까보다"는 말이 종종 나올 정도였고, 잦은 시위로 '인구대비 전과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라는 오명도 뒤집어써야 했다.

양평이 변화한 계기는 95년 지방자치제 도입으로 군민이 직접 뽑은 군수가 등장하면서부터. 당시 민선초대 양평군수로 당선된 민병채 군수는 규제로 인해 개발이 안된 양평의 자연적ㆍ사회적 조건을 역이용해 양평을 국내 첫 '친환경 지자체'로 만들어보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 그는 상수원 문제 역시 "양평군민이 식수를 잘 관리해줄 테니 대신 우리를 지원해달라"는 식으로 생각으로 바꿔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시작한 것이 제초제, 농약,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친환경 농업 보급사업이다.

그러나 70년대부터 농약 등을 잔뜩 써서 생산량을 높이는 소위 '통일벼'생산방식에 길들여져 있던 농민들이 자기 방식을 바꾸기란 쉽지 않았다. 민 전 군수는 '3가지(농약, 제초제, 화학비료) 안하기 운동'을 펼쳐 친환경 농법을 실천하는 주민에겐 군이 유통ㆍ판매까지 책임지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상수원 문제는 '한강수계법'을 만들어 수도권 시민에게 톤당 180원의 물이용부담금(연간 300억원)을 받아 군 예산으로 활용하는 식으로 풀었다. 군민들의 분노가 상수원 관리에 따른 규제보다 그에 합당한 인정과 지원을 받지 못한 것에서 왔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

민 전군수는 군민과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얻기 위해 과감한 '공개행정'을 추진했다. 지자체장으로는 최초로 시민단체(환경정의)에 직접 가입해 정책파트너로 함께 일했으며, 매주 시민단체 회원 2명을 명예군수로 임명해 같이 업무를 봤다. 이런 과정을 통해 주민들은 군정에 대한 신뢰를 쌓았고 지역 일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한때 분노와 피해의식으로 가득했던 양평은 최근 국내 최초로 '친환경농업특구'로 지정되면서 '녹색성장의 선두주자'로 거듭나고 있다.

민 전군수는 "군이나 중앙정부나 그 최종역할은 모든 주민을 진실로 주인이 되게 하는 것"이라며 "투명한 행정을 통해 신뢰를 쌓고 주민들을 아랫사람이 아니라 파트너로 받아들여야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 올바른 리더십·팔로어십의 3大조건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은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통합이 절실하며,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신뢰의 리더십, 건강한 팔로어십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건전한 리더십과 팔로어십은 하루 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며 소통, 연대, 교육을 통해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산 소고기 파동 등의 사례에서 보듯, 밀실행정은 부정확한 정보를 확대 재생산하고, 이는 곧 심각한 사회 갈등과 정책에 대한 반발로 이어진다. 그래서 신뢰의 리더십, 건강한 팔로어십을 위한 첫번째 조건은 바로 '소통'이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으로 사실이 정확하게 전달되면 비로소 타협의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 특히 사회가 다양해진 만큼 소통채널 및 형식도 다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11월 이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동영상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경제위기에 대한 G20 회의결과 및 경제위기 극복방안 등을 전 세계인과 소통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 또 칠레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협상장 옆에 대기업, 중소기업, 노동계 등 이익단체 대표들에게 각각 방을 배정하고 진행사항을 지속적으로 설명하는 '옆방정책'을 펼친 결과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보고도 있다.

건강한 팔로어십 형성을 위한 두번째 조건은 '연대'다. 팔로어가 건설적 대안을 마련하며 적극적으로 활동하도록 시민제안을 정책에 반영할 정책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선빈 삼성경제연 박사는 "'정부-정당-연구기관-시민단체'가 정책 생산과정에서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정책공동체를 다양하게 운영하고, 시민제안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조정을 전문으로 하는 비정부기구(NGO)도 활성화해 정부와 시민간의 효과적 연계를 추구하는 것도 좋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는 '교육'이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지식주입을 강조한 나머지 리더십이나 팔로어십 같은 시민성 교육을 소홀히 해왔으나, 앞으로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시민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영국, 아일랜드,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이미 20세기 초반부터 학교에서 리더십 등 시민성 교육을 전개하고 있다. 송영수 한양대 교수는 "리더십, 팔로어십 등은 일방적 강의로는 체득될 수 없다"며 "토론과 참여를 통한 체험학습 방식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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