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현대자동차 국내영업본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내수판매가 4만9,114대로 작년 3월보다 16.3%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출시된 신형 '에쿠스'가 911대 팔려 작년 3월 구형 에쿠스 판매량(539대)보다 많았던 것을 제외하면, 모든 세단의 판매가 줄었다.
#2. 지난달 베이징현대차는 월 판매 4만대 클럽에 가입했다. 현대차가 월 4만대 이상을 판 것은 2002년 중국시장 진출 이후 처음이다. 중국 수입차 업계에서 7위를 달리던 현대차는 4위로 올라서 이제 선두권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내수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현대차가 해외 시장에선 펄펄 날고 있다. 이는 GM, 도요타 등 다른 글로벌 업체들이 내수 및 해외 시장에서 동반 부진을 겪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현대차가 내수와 해외 시장에서 극명한 대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수 부진 현상은 정부의 성급한 자동차 지원책 탓이다. 지난달 말 정부의 세금 감면안 발표 이후 대기수요가 늘어나면서 판매가 급감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현대차는 정부의 세금 감면안 발표 시점인 지난달 26일 이후 3월 말까지 하루 평균 계약 대수가 사상 최악인 2,60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불황 한파가 거셌던 1월(하루 평균 3,700대)과 2월(3,000대)보다 더 저조한 실적이다.
반면, 해외 시장에선 쾌속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현지 정부의 수요 진작책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특유의 소형차 위주 전략과 '과감한 홍보ㆍ마케팅→브랜드 인지도 상승→판매 증가'라는 선순환 효과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베이징현대차의 지난달 판매량은 4만1,881대로 지난해 동기보다 70%나 급증했다. 올해 1분기 판매량은 48.8%가 증가한 10만9,072대. 현대차 미국판매법인도 지난달 4만721대를 팔아 시장점유율(4.7%)이 두 달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올해 1분기 판매량이 12만1,627대로 지난해 동월 대비 7% 늘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부 지원책이 빨리 시행돼야 내수 시장에 활력이 살아날 것"이라며 "그나마 해외 시장에서 선전을 보이고 있지만, 환율 등 외부 변수가 있어 맘 놓을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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