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리스트' 수사 2라운드가 6일 박관용 전 국회의장에 대한 소환조사로 본격 개시됐다. 2단계 수사의 주요 타깃은 부산ㆍ경남(PK) 지역의 전직 정치인 및 전ㆍ현직 자치단체장이 될 것이라 밝혀 왔던 검찰은 시작부터 '거물'을 택하는 초강수를 둬 향후 수사의 파장이 만만찮을 것임을 예고했다.
부산 동래에서 여섯 차례(11~16대)나 국회의원에 당선된 박 전 의장은 16대 국회 후반기인 2002~2004년 국회의장을 끝으로 여의도를 떠난 뒤에도 2007년 한나라당 경선관리위원장과 지난해 대통령 당선자 정책자문위원을 지낸 대표적인 한나라당 출신 PK 정치인이다. 혐의는 2006년 4월쯤 박 회장한테서 1억원 안팎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돈을 받은 시점이다. 2006년 4월은 박 전 의장이 사실상 정계를 떠나 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 이사장에 취임해 있을 때다. 지난 2월 의혹이 불거지자 박 전 의장은 "정계 은퇴 이후의 후원금을 받았을 뿐"이라는 입장을 취해 왔다. 정치자금법은 '정치인이나 정치를 하려는 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 자금의 불법성 여부를 면밀히 따지고 있다. 실제 자금 성격 파악을 위해 연구원 운영에 관여했던 박 전 의장의 아들 박모씨도 이날 체포해 조사한 뒤 풀어줬다.
주목할 것은 박 전 의장이 2006년 5ㆍ31 지방 선거에서 자신의 보좌관 출신인 이모씨의 구청장 재선 출마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검찰은 박 전 의장의 '우회 지원' 가능성 등 자금의 사용처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구청장 재선에서 낙선한 뒤 지난해 총선을 거쳐 18대 국회의원이 된 이씨는 "당시 박 회장과 박 전 의장 모두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이날 체포된 김덕배 전 열린우리당 의원 역시 2004~2006년 김원기 전 국회의장의 비서실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실상 김 전 의장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번 주중 PK 출신 인사 4,5명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져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에 대한 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박 회장이 금품을 건넨 인사들이 대부분 PK 지역 정치인과 자치단체장인데다, 김 전 지사는 참여정부 시절 이광재 의원 등 친노 직계 의원들의 모임인 '신의정연구센터'의 고문을 맡아, 관련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PK 출신 인사들에게는 '잔인한 4월'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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