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발사한 장거리 로켓이 위성을 쏘아올리는 데에 실패한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2단 로켓과 3단 로켓 및 탑재물이 '한꺼번에' 떨어졌다는 분석에 주목하고 있다. 로켓의 분리나 점화 기술에 문제가 있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로켓 전문가인 A씨는 "단지 정밀 제어가 안 된 정도가 아니라 기초적인 엔진 기술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단과 3단이 함께 떨어졌다는 것은 3단 로켓의 분리와 점화가 안된 것을 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열이 나오는 비행물체는 미국측 장비를 통해 모두 추적이 돼서 3단 점화 여부는 분명히 알 수 있는데, 미국에서 나오는 자료를 보면 점화가 안 됐을 가능성이 높은 듯하다"고 설명했다.
박정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체계사업단장 역시 "데이터가 없어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2단과 3단이 같이 떨어졌다면 3단이 점화 및 연소가 안 됐다는 뜻"이라며 "분리는 성공했을 수도 있지만 연소가 됐다면 3단은 더 멀리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1단, 2단 추진체의 낙하 추정 지점이 북한이 당초 통보한 것보다 조금씩 못 미친다는 점이 단서가 될 수도 있다. 이는 로켓의 속도 문제와도 관련이 된다.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려면 초속 7.9㎞의 속도까지 끌어올려야 하는데 이는 1단부터 차례로 충분한 가속이 이뤄져 속도가 누적이 되어야 한다.
A씨는 "1단 추진체 낙하 지점부터 애초 북한이 제시했던 것보다 일찍 떨어진 것으로 나오는데, 결국 1,2단부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로켓 추적 분석 결과를 통해서도 북한이 발사한 로켓의 속도는 초속 7.9㎞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2ㆍ3단 로켓의 분리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시각도 있다. 김병용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98년 대포동 1호를 발사할 때 2단 로켓까지 분리가 돼 다단로켓 기술 중 중요한 분리 기술을 확보했다"며 "이 때문에 처음부터 위성을 올릴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대포동 1호와 이번 로켓(대포동 2호로 추정)의 차이 때문일 가능성이 지적된다. 총 중량 30여톤 정도인 대포동 1호에 비해 대포동 2호는 60~70톤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로켓을 대형화하는 과정에서 단 분리를 성공시키기 위한 추가적인 기술력을 북한이 아직 완벽하게 확보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상당수 전문가들은 위성 발사 실패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김병용 연구위원은 "사거리 측면에서 본다면 5,000킬로 정도로는 볼 수 있다"며 "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이라고 말했다.
다만 ICBM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탄두를 초고온에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 대기권에 재진입시키는 기술이 필요하고, 나아가 이를 무기화하기 위한 핵탄두 소형화ㆍ경량화 기술이 필수적이다. 북한은 두 가지 기술 모두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북한은 이번 로켓 발사를 통해 ICBM급 미사일 개발에 한발 더 다가섰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중론이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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