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엔 하루종일 아이들과 추억의 만화영화를 보았다. 일주일치를 연이어 재방송해준다. '엄마 찾아 삼만리'에서 '독수리 5형제'까지 목청 높여 주제곡을 따라 불렀다. 추억의 만화영화 대부분이 일본 만화였다는 것을 알고 씁쓸해했던 일이 떠오르지만 아무튼 한때 우리는 '독수리 5형제'에 열광해서 보자기를 둘러매고 골목을 뛰어다녔다. 내 또래의 일본 중장년층에게도 '독수리 5형제'는 각별한 듯하다.
영화 '카모메 식당'의 사치에는 어느 날 핀란드 청년이 물어온 '갓챠만'의 주제곡이 떠오르지 않아 심란하다. "누굴까 누굴까 누굴까", 길에서도 서점에서도 흥얼거려보지만 그 다음이 생각나지 않는다. 우연히 여행 온 미도리를 만나면서 체증 같았던 다음 가사를 알게 된다. 원 제목은 '과학닌자대 갓챠만'인데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독수리 5형제'로 바뀌었다. 곰곰 생각하니 첫째만 독수리이다.
거기다 백조인 여자도 끼어 있다. '잡조 5남매'가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살던 골목의 그 어느 아이도 그 점에 의문을 가진 적이 없었다. 독수리 5형제인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무래도 달달 외우기만 하는 주입식 교육 탓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제목을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독수리 5형제 부분만 잡조 5남매로 개사해 불러보았다. 아무래도 무게감이 떨어진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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