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동안 적대관계를 유지해오던 미국과 쿠바가 화해의 물살을 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중단됐던 대화의 물꼬가 트이며 관계 정상화를 향한 물밑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5일 관영 웹사이트인 쿠바디베이트에 "미국과 대화하는 것이 두렵지 않고 바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대결을 존속시킬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백악관이 쿠바와의 관계 재고를 위해 특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리처드 루거 미 상원의원의 제안에 대해서 동의한다고 밝혔다. 카스트로의 발언은 미국 의원들이 반세기동안 쌓인 양국간 불신을 없애기 위해 쿠바를 방문한 직후 나왔다.
쿠바를 방문중인 바버라 리 하원의원 등은 5일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을 만난 이후 "미국과 쿠바가 대화할 시간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번 방문은 양국이 무엇을 논의해야 할 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온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카스트로의 발언은 양측간 교감의 결과로 봐야 할 듯하다.
카스트로의 동생인 라울 국가평의회 의장도 최근 외무장관을 외교관 출신 로드리게스로 교체하며 대미 관계 개선을 모색중이다. 철저한 공산주의자였던 로케 전 장관을 대신할 로드리게스 장관은 대미 관계 개선의 적임자로 평가된다.
양국간 화해 무드의 주역은 역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오바마는 대선 당시 조지 W 부시 정권이 강화한 쿠바 제재 조치들을 철폐할 것이라고 밝혔고, 취임이후에는 쿠바로의 가족 여행 제한, 대 쿠바 송금액 제한 조치 등의 폐지를 검토중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릴 제5차 미주정상회담에서 쿠바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다시 밝힐 예정이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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