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별금으로 억대의 현금을 찔러주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자신의 구명 로비를 벌이면서 과연 2억원만 줬을까. 검찰은 "현재 더 이상 나온 것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현 정권 실세들이 박 회장에게서 추가로 금품을 받았을 것이라는 의혹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 로비의 연결고리는 현재로서는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이다. 추 전 비서관은 지난해 7월 태광실업에 대한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가 시작된 뒤 박 회장에게서 "비자금이 발견되면 구속될 수 있으니 검찰에 고발되지 않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추 비서관은 돈을 받을 무렵 '친이(李)계' 실세로 알려진 한나라당 A의원에게 실제 세무조사 무마청탁을 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하지만 추 비서관을 통한 박 회장의 구명 로비 의혹은 A의원 선에서 그치지 않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추 전 비서관이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에게 직접 로비를 할 수 있는 전직 국세청장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번지고 있다. 추 전 비서관이 평소 종친회 관계로 친분을 갖고 있는 추경석 전 국세청장을 통해 한 전 청장에게 로비를 부탁했다는 내용이다.
추 전 청장은 박 회장과 마찬가지로 부산 출신이며 추 전 비서관이 촛불시위 참여자를 '사탄의 무리'라고 불러 파문이 일었을 때, 이 발언을 비판했던 홍성태 상지대 교수에게 추씨 종친회를 대표해 자신 명의로 구명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추 전 청장은 이 같은 의혹과 관련한 언론의 접촉을 일절 피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도 여권을 상대로 적극적인 구명 활동을 벌여 청와대로부터 주의를 받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천 회장은 박 회장에 대한 국세청 조사가 시작되자 현 정권의 첫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이종찬 변호사와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김정복 전 보훈처장도 국세청을 상대로 로비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고있다. 박 회장의 사돈이기도 한 김 전 청장은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지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이 현금을 마련한 시점에 누구를 만났는지 다이어리로 파악한 뒤, 금품수수 혐의자를 좁혀 박 회장의 진술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미 지난해 구명 로비가 있을 당시 박 회장이 마련한 현금액수도 어느 정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의심스러운 뭉칫돈이 나왔지만, 박 회장이 현 정권과 직접 관련됐다는 부담 때문에 적극적인 진술을 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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