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서 떠나신 후/ 더욱 오고 싶은 성지가 된 이곳 명동성당에서/ 우리는 오늘 다시 한 번 당신께 사랑을 고백합니다./ 한국의 자랑이 되신 당신께 감사와 존경을 드립니다./ 또 한 번의 고별인사를 드립니다./ 하늘빛 평화의 나라에서 평안히 쉬십시오'(이해인 수녀 추모시 '그리운 편지'에서)
지난 2월 고 김수환 추기경 장례기간 내내 찬바람 부는 명동성당 주변을 떠나지 않고 '사랑과 나눔의 축제'를 도왔던 사람들이 6일 밤 명동성당에 다시 모였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마련한 '김수환 추기경 추모의 밤'에 초청된 이들은 약 1,200명. 장례 진행을 도왔던 자원봉사자들과 영업 차질을 감내하며 조문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던 명동 주변의 상인들, 질서 유지와 안전을 도운 전ㆍ의경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고인이 안장된 경기 용인 천주교 성직자묘역에서 5일 봉행된 추모미사가 교회의 마지막 공식 추모행사라면, 이날 행사는 '명동의 기적'이라고 불린 김 추기경에 대한 국민적 추모의 뜻을 되새기는 자리였다.
김 추기경의 선종과 장례는 수많은 '사랑의 기록'을 남겼다. 고인이 선종한 2월 16일부터 장례 전날인 19일까지 명동성당에만 38만7,400여명의 조문객이 찾아와 국민적 추모의 물결을 이뤘다. 또한 선종 후 지난 5일까지 고인이 이사장으로 있던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사후 장기기증을 신청한 사람은 이전 평균 2년치에 맞먹는 8,900명에 육박했다.
추모 열기는 장례 후에도 이어져 고인의 묘역을 직접 찾은 참배객이 3만5,000여명에 달했고, 고인의 뜻을 잇기 위해 3월부터 배포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스티커는 지난 주말까지 66만4,000매가 배포됐다.
고인을 기리는 작은 음악회로 꾸며진 이날 행사엔 투병 중인 이해인(클라우디아) 수녀가 직접 나와 추모시 '그리운 편지'를 낭송했다. 이 수녀는 편지글처럼 쓴 시에서 '추기경님의 장례식장은/ 꽃 한 송이 없이 소박했으나/ 수많은 사람들이 꽃으로 핀 것을 우리는 보았습니다'라며 고인의 뜻이 모두의 마음 속에서 사랑의 꽃으로 피어났음을 찬미했다.
이 수녀가 '여러분 안녕? 인사하며 손 흔드시는/ 그 빙그레 웃음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라며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대목을 낭송하자 행사장엔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다.
노래와 연주는 가톨릭 문화예술인들이 맡았다. 가수 김수희(마리아)는 김 추기경이 1995년 9월 가톨릭대 열린음악회에서 직접 부르기도 했던 '애모'를 가수 노영심(마리보나)의 반주로 불렀다.
인순이(세실리아)는 '거위의 꿈'을, 뮤지컬배우 최정원(다이라)은 'I don't know how to love him'을 불러 감동을 자아냈다. 또 바다, 양미경, 홍진경 등도 노래와 낭송 등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장례 당시 주변 교통 안내에 나섰던 서울대교구 가톨릭 운전기사사도회의 이계천(63) 회장은 "자원봉사는 소중한 신앙체험이었다"며 "추기경께서 살아계실 때는 몰랐는데, 막상 추모 인파를 보자 참으로 큰 사랑을 남기고 가셨구나 하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이날 고인이 즐겨 불렀던 노래 '등대지기' 합창에 앞서 앞 소절을 선창했다. 정 추기경은 감사인사를 통해 "자원봉사자들이 보여준 소중한 헌신이야말로 고인의 사랑과 나눔을 실천한 사역"이라고 말했다.
장인철 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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