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강행은 우리에게 또다시 커다란 숙제를 던졌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와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6일 한국일보가 편집국에서 마련한 '북한의 로켓 발사에 따른 파장'과 관련한 대담에서 북한이 이번에 군사적 성공을 거뒀다는 데에는 같은 견해를 보였으나 우리와 국제사회의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고 교수는 이번 사태가 오히려 북한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고 박 교수는 이번 로켓 발사로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이 더 적어졌다는 점을 우려했다. 두 교수는 모두 우리 정부가 대량파괴무기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에는 신중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박 교수는 남북 관계에서 원칙적 대응과 협력적 대화 사이에서의 균형을 중시하는 입장이었고 고 교수는 북한의 로켓 발사를 막지 못한 이명박 대통령의 강경일변도 대북정책의 수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회=고태성 정치부 차장
- 이번에 드러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능력은.
고유환 교수="인공위성은 실패지만 사거리를 배로 늘린 만큼 인공위성을 가장한 로켓 또는 미사일 실험이란 면에서는 대략 성공을 거둬 목표달성 했다고 본다. 군사적 억지력과 외교적 영향력을 어느 정도 과시했다."
박인휘 교수="같은 의견이다. 위성 궤도 진입은 명목이었고, 실제 진입 여부와 관계없이 군사적으로 장거리 투사능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 유엔 안보리에서 추진되는 새 대북 결의안의 전망이 밝지 않다.
고 교수="예상대로다. 거부권 있는 중ㆍ러의 반대로 새 결의안 뿐 아니라 의장성명 조차 어려울 것이다. 기존 대북제재 결의안 1718호를 제대로 적용하고 추가 제재는 개별국 차원에 맡기는 정도가 논의될 것으로 생각한다."
- 사전ㆍ사후적으로 안보리가 아무런 조치를 못 취하면 무용론이 나올 수 있지 않나.
고 교수="북 로켓 발사의 성격에 대한 기술적 검토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평가가 달라 현실적으로 1718호 이상의 제재가 어렵다는 것이다."
- 결국 중국 등 때문에 북한의 벼랑끝 전술이 통하게 된 것 아닌가.
박 교수= "이번에 유엔 안보리가 대처하지 않으면 북한의 발사 강행에 국제사회가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한다. 유엔 안보리는 국제사회의 거의 유일한 권위인 만큼 활용돼야 한다. 의장 성명은 채택될 것 같다. 중국은 북미 사이에서 균형유지가 외교목표이지만 북중간 친밀감과 유대감을 무시할 수 없다."
- 이번에 일본이 필요이상으로 호들갑을 떨었다는 지적이 있는데.
박 교수="일본이 가장 명백하고 구체적 안보위협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은 미일동맹의 재조정 및 강화로 일의 군사대국화를 적절히 제어하면서 국제정치 위상은 강화시켰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군사대국화 경향도 강화시킬 게 분명하다. 일본내 국내정치적 요소가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고 교수="일본의 과민반응은 미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의 관계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사일방어(MD)체제에 유보적 자세를 보였는데 이는 일본의 군사대국화 추구에 맞지 않는다. 그런데 북한이 이번에 빌미를 제공, 일본은 MD 구축 강화를 주장할 수 있게 됐고 미도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본의 MD 추진 명분을 북한이 준 셈이다."
- MD 구축과 관련, 북한이 일본을 이롭게 했다는 뜻인가.
고 교수="(북한이 일의 MD 구축을 조장했다기 보다는) 북한의 로켓 발사는 6자 회담의 나머지 5자를 모두 겨냥한 것이다. 중국, 러시아의 안보도 위협했다. 전통적 우방의 이익에도 반해 발사를 강행한 것은 체제유지와 억지력 확보가 우선이지 북한이 그런 데에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뜻이다. 향후 수습 과정에서 새 질서가 구축될 수도 있는데 협상력을 높인 북한은 미국과 포괄적 합의를 이룰 수도 있고 아니면 과거 자력 갱생식 생존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갈림길에 있다."
박 교수="국제정치적으로 일본이 목소리를 키울 것은 분명하다. 미일간 군사적 결합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MD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필요가 있다."
- 한국도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방관할 수 없고 중국은 더 민감하다. 동북아에서 군비경쟁으로 가는 것 아닌가.
고 교수="아까 갈림길이라고 표현했는데 북미간 포괄적 접근이 이뤄지면 오히려 정세가 완화될 수도 있다. 물론 군비경쟁 촉발의 계기가 될 수도 있으나 이를 막기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미 오바마 행정부의 리더십이다. 한국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는 주도적 역할을 못하고 있다. 현재 한미는 엇박자가 나기 쉬諍?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일본은 늘 미국을 따라가는 입장이기때문에 한미가 중요하다."
박 교수="동북아 세력관계는 대표적 안보 불안지역인 중동이나 유럽과 다르다. 동북아는 그런 지역과는 달리 자체적으로 지역균형을 찾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이란 절대적 세력균형자가 들어와 있다. 즉 기본축은 미국 대 중국 혹은 미일동맹 대 중국이다. 미중 이외에 다른 나라가 군비경쟁에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측은 2006년 북한 핵실험 이후 한미간'확장된 핵우산'개념을 적용, 우리의 군비경쟁을 차단했다. 결국 미국의 전략적 대응에 따라 군비경쟁 촉발과 제어의 두 가능성이 모두 있다."
-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에 대한 우리 정부의 태도가 적절한가.
고 교수= "충격이후 국면이 전환돼 대화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PSI에 전면참여하면 남북관계는 악화된다. 국면전환 공간에서 한국의 역할은 더 축소될 것이다. 규범적으로 PSI 참여의 정당성이 있으나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비추어 이후 대화국면에서의 소외를 고려해야 한다."
박 교수="기본적으론 같은 생각이다. 북의 로켓실험은 부정적이나 어쨌든 이는 국제사회와의 관계 변화를 원한다는 북한식 표현이다. 때문에 PSI 참여로의 대응은 신중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원칙론적 대응과 협력적ㆍ전략적 대화 가운데서 선택하는 문제가 중요하나 이게 늘 어렵다."
- 앞으로의 중장기적 전망을 해달라.
고 교수="북한에게도 시간이 많지 않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도 좋지 않아 후계도 구축해야 하고 2012년 강성대국 목표 달성도 3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북한의 강수는 의외인데 시간에 쫓긴다는 뜻일 수 있다. 북한이 이로써 미국에 양자택일을 요구했다. 미국이 호응하면 북미간 대화 속도가 빠르게 진전될 수 있다. 문제는 한국과 일본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동참하느냐 이다. 지금 국면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 북한이 패를 다 놓았기 때문에 해결 가능성도 많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불능화 완료 단계까지 못간 것은 아쉽다. 오바마 행정부가 큰 그림을 제시하면 진전될 수 있다."
- 빠른 속도로 간다면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북한 핵포기의 전략적 결단과 함께 북미관계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가.
박 교수="부시 행정부에서 불능화까지 갔어야 했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북한이 전략적으로 오바마를 선택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과감하지 않았다. 그는 북한에 대해 잘 모르며 준비가 안된 것 같다. 이번 사태는 오바마 대통령에겐 채찍이다. 앞으로 북미간 직접 접촉에서 북한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다. 북한의 핵포기는 이번 로켓실험으로 더욱 어렵게 됐다.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능력이 결합됐기 때문이다. 우리와 미국, 일본이 전략적으로 더 어려워졌고 북한의 지렛대는 강해졌다. 앞으로 비용도 더 들게 될 것이다."
고 교수="중요한 얘기다. 로켓 발사가 북핵 포기의 동기를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 그러면 미국은 북한을 이란 등에 비해 통제 가능한 위협으로 볼 수도 있다. 북미간 적대적 의존관계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변화 필요성은.
박 교수="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을 섰을 때 대북 강경책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진보 세력의 정치적 압박을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게 첫째 이유였는데 흥미롭게도 이런 정치적 압력은 높아지지 않고 있다. 남북 관계 악화로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비판도 따른다. 남북 문제에는 국제적 요인과 한반도적 요인이 있는데 이 둘 사이의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 한반도적 요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분명히 필요하다."
고 교수="북한의 내부위기로 강경세력이 주도하는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선 맞대응 보다 위기관리대응이 중요하다. 후계 구축과정에서 북한에 온건한 리더십 출현을 도와주려면 관리를 잘해야 한다. 현 정부의 강경일변도는 북한의 로켓발사를 막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에게도 큰 디자인이 있어야 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1957년 경북 문경생 ▲동국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북한연구학회 부회장 ▲한국정치학회 이사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국가발전전략분과 통일외교위원 역임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1967년 경북 김천생 ▲미 노스웨스턴대 정치학 박사 ▲외교통상부 정책평가위원 ▲한국정치학회 편집이사 역임 ▲한국아메리카학회 총무이사 역임 ▲한미교류협회 연구위원 역임
사회= 고태성 정치부 차장
정리=박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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