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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우리는 나무를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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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우리는 나무를 심는다"

입력
2009.04.0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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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모처럼 멋진 말을 했다. "북한은 로켓을 쏘지만, 우리는 나무를 심는다". 말 맵시가 신통치 않은 대통령이 농담 삼아서라도 이렇게 스마트한 발언을 한 적이 또 있을까 싶다. 북한의 로켓발사 30분전, 청와대에서 식목일 기념식수를 하며 그리 말했다. 긴급 소집한 국가안보회의에 참석하기 직전이었다니 "의연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다짐과 썩 잘 어울린다.

한반도 군사력 균형과 무관

물론 "북한을 외면해 위기를 초래하고선 무슨 소리냐"고 욕할 법하다. 그런데 DJ 햇볕정책의 충직한 전도사 박지원 의원은 "그게 다 햇볕정책의 음덕"이라면서도 "이 대통령이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추켜세웠다. 뛰어난 책사(策士) 다운 논평이다. 어느 정부나 숙명처럼 짊어진 대북정책 딜레마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는 뉘앙스를 담은 듯도 하다. "과거 10년은 성공이고, 지난 1년은 실패"라고 덧붙인 것은 사족으로 여기면 엉뚱할까.

대통령 발언에 고개를 갸웃하다 박 의원의 칭찬에 오히려 화내는 이도 있을 것이다. '위성발사'라고 미리 한 발 빼던 미국도 단호한 제재를 외치는 마당에, 한가하게 청와대 뜰에 나무 심은 것을 자랑 삼는 듯한 대통령이 보수세력에는 못마땅할 수 있겠다.

늘 질척거리는 진흙탕 정치를 논평하려는 게 아니다. 그보다, 종잡을 수 없는 북한을 상대하는 데는 먼저 대범하고 의연한 대북 인식과 자세를 나눠 가져야 할 당위성을 대척점에 있는 두 사람이 우연치 않게 함께 일깨운 것에 주목한다. 보수와 진보가 저마다 협소한 인식에 얽매여 서로 '역도(逆徒)'라고 욕하는 행태가 한 순간에 무모한 집착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날 수 있음을 새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국제사회는 북한의 '나쁜 행동'을 벌주는 방안을 제법 열심히 궁리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가 아니라도 대북제재 논란은 애초 맥 빠진 느낌이다. 단순히 보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능력이 지금껏 과장되게 알려진 수준에 훨씬 미달하는 것으로 드러난 때문일 것이다. 또 군사적 응징을 감행하지 않는 한 유엔 안보리 결의 등으로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가할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위성발사를 명분으로 내세운 북한의 '은하 2호' 로켓은 3,200km 거리를 날아갔다. 미사일로 치면 사거리 2,400~5,500km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수준이다. 이 것도 북한 형편에는 대단하지만, 지금껏 숱한 전문가들이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이 사거리 8,000km 이상으로 미국 본토까지 노릴 수 있다고 추정한 것과 아주 거리가 멀다. 기껏 미군기지가 있는 괌을 겨냥할 수 있는 정도다. 이에 앞서 1998년 북한이 발사한 '대포동 1호' 는 1,600km를 날았다. 오키나와가 사정권에 든다. 또 93년 시험 발사한 '노동' 미사일은 사거리 1,000km 정도로 일본 전역을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로켓발사에서 북한은 '노동' 미사일 수준을 넘어선 장거리 로켓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거듭 실패한 것은 미사일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3단계 로켓을 추진, 분리, 유도하는 기술이 부족한 것을 뜻한다. 객관적 전문가들은 설령 로켓기술을 완성하더라도, 북한의 기술 및 소재 개발능력에 비춰 핵탄두 등을 탑재하는 수준에 이르기는 아주 힘들 것으로 본다.

"역사의 고아 북한 돌봐야"

이런 객관적 평가는 지금껏 우리사회가 익숙한 상식과 크게 어긋난다. 그러나 영국의 대표적 보수신문 더 타임스 조차 "북한의 로켓발사 쇼는 군사력 균형과 무관하다"고 논평하고 있다. 요란한 반응과 논란은 애초 정치군사적 고려에 따라 과장됐다는 지적이다. 이런 논평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불안에 사로잡힌 역사의 고아(孤兒) 북한을 무시하든지, 아니면 대화하라"는 충고다. 이 대통령이 긴박한 순간에 소나무를 심은 뜻도 그처럼 북한을 딱하게 여겨 올바로 이끌고 보살피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었으리라 믿는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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