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진입에 실패했어도 북한의 발사체 기술은 우리보다 몇 수 위다."
남북한의 발사체 기술 수준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은 명확하다. 7월 말 예정대로 우리가 최초로 소형위성발사체(KSLV-1) 자력발사에 성공할 경우 위성의 궤도 진입에는 북한보다 반 걸음 앞서는 것이라고 하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KSLV-1은 국내 기술로 개발되지 않았고, 여전히 우리는 액체추진엔진을 독자적으로 만들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KSLV-1은 100㎏급 소형 위성을 고도 수백㎞의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발사체다. 길이 33m, 무게 140톤 규모의 2단 로켓으로 대포동2호와 크기는 비슷하고 무게는 2배 이상 무겁다. 하지만 러시아와 기술협정을 맺고 공동개발된 KSLV-1은 액체로켓인 1단은 러시아에서, 고체로켓인 2단은 국내에서 제작됐다. 가장 무거운 대형 액체추진엔진 개발이 발사체 기술의 핵심이라고 볼 때 알짜기술이 부족한 셈이다.
민용 인공위성 발사체는 사정거리 300㎞, 탄두 무게 500㎏이라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의 제한을 받지 않는 대신 액체로켓을 사용해야 한다. 1970년대부터 군용 미사일을 개발해 온 우리나라는 고체로켓은 개발 경험이 제법 있지만 액체로켓은 2002년 과학로켓3호를 발사해 본 것이 전부다. 더구나 KSLV-1의 1단 액체추진엔진은 엔진 추력이 과학로켓3호보다 10배 이상 큰 170톤(과학로켓3호는 6톤)이나 된다.
전문가들의 말대로 "35년 이상 로켓 개발을 해온 북한과 우리의 발사체 기술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것이다. 북한은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자체 액체엔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지만 우리는 아직 없다. 우리는 2017년 발사 예정인 한국형발사체(KSLV-2)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독자 개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KSLV-1의 공동개발이 기술 독립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KSLV-2 이후의 성과를 통해 검증되는 셈이다.
KSLV-1 개발에는 7년 간 5,000억원, 나로우주기지 건설에는 3,000억원이 투입됐다. 이와 비교하면 북한이 대포동2호 발사에 쏟아부은 것으로 추정되는 최소 2,000억원에서 최대 5,500억원의 비용은 통상적인 수준이다.
반복되는 북한의 발사 시험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발사체 기술 개발을 북돋는 동시에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1998년 대포동1호 발사 이후 우리의 '2005년 자력발사'(나중에 2009년으로 연기) 계획이 급물살을 탔지만 신뢰성 있는 독자 기술을 확보하는 데는 늘 일정에 쫓기고 있다. 한 전문가는 "북한이 발사시험을 할 때마다 조급히 개발계획을 잡을 것이 아니라, 기술 이전이 안 되는 기술까지 완전 자립이 가능하도록 치밀한 개발 일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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