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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천하무적'

입력
2009.04.0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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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적(天下無賊). '하늘 아래 대적할 자가 없다(天下無敵)'는 일반적인 뜻이 아니라, '하늘 아래 도둑(賊)이 없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 그런 제목으로 개봉하는 영화 '천하무적'은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한 '도둑 없는 세상'을 꿈꾼다.

그러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112분의 상영시간 동안 등장인물 대부분은 그 꿈을 의심하고 회의한다. 단 한 남자의 희생이 낳은 기적같은 순간에 그 꿈이 꼭 꿈만은 아니라고, 사람들의 믿음으로 언제든지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마지막 장면에서 힘주어 강조하지만 말이다.

'천하무적'은 소매치기들의 화려한 손기술을 내세운 범죄영화이면서, 휴먼 스토리다. 소매치기와 꽃뱀 일을 천직 삼아 살아가는 왕보(류더화)와 왕려(류뤄잉)는 대륙횡단열차에 타기 전 순수하기 이를 데 없는 청년 사근을 만나게 된다.

'소똥에 미리 표시를 해놓으면 임자가 있음을 알고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는 순박한 동네에서 나고 자란 사근은 군중 앞에서 "도둑이 있으면 한 번 나와보라"고 외칠 정도로 인간의 선함을 철석같이 믿는다.

이런 사근을 소매치기 조직은 훌륭한 훈련감으로 생각하고, 왕보도 그의 돈 6만 위안을 노린다. 사근의 순수함에 매혹된 왕려만이 그를 지키려 할 뿐이다.

열차 내부라는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소매치기들의 신경전과 액션이 눈길을 잡는다. 소매치기 조직원 간의 암투와 왕보의 심리적 변화 등도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손가락 동작만으로 날달걀의 껍질을 벗기거나 열차 위에 서 있다 터널 바로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장면 등 중국 영화 특유의 '공갈빵 액션'이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범죄 대결을 종국에 휴머니티로 연결하는 연출력이 의외로 매끄럽다.

'야연'(2006)에서 궁중 비극을 화려한 색감으로 표출하고, '집결호'(2007)에서 전쟁영화의 섬세한 스케일을 펼쳐냈던 펑샤오강(馮小剛) 감독의 2005년 연출작이다.

'중국의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별명으로 대륙 영화계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그의 영화적 재기와 야심이 잘 버무려진 작품. 수작이라 평하긴 어렵지만 한국 관객이 앞으로 펑샤오강을 왜 주시해야 하는지를 웅변하는 영화다. 9일 개봉, 12세 관람가.

라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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