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육의 질은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 그러나 우리 대학은 양적 팽창에 걸맞은 질적 향상을 이루지 못한 채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8년도 세계 경쟁력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교육의 질적 수준 평가에서 우리 대학은 조사 대상 55개국 중 53위였다.
대학이 국가와 사회와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고, 공교육 발전을 이끌려면 스스로 변화와 개혁을 통해 세계 대학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 선두에 대학 총장이 있다. 서남표 KAIST 총장의 예에서 보듯 어떤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총장이 되느냐에 따라 교육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대학 총장의 개혁 추진은 자율성과 학내 구성원의 공감과 지지가 전제돼야 한다.
이런 분명한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정부가 여전히 대학을 통제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입으로는 자율을 외치면서 실제론 재정 지원과 행정 규제를 무기로 대학을 쥐락펴락 하려 한다. 청와대 비서관과 교육과학기술부 고위 간부가 세종대와 경기대 차기 총장에 각각 한나라당 공천 심사위원 출신 교수와 전 한나라당 의원을 선임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의혹은 사립대를 정부 소유물로 여기는 현 정권과 정부의 전근대적 인식을 보여준다.
더구나 청와대 비서관은 세종대에 이사회가 구성돼 있지 않자 임기 만료된 옛 이사들의 '긴급처리권'행사라는 편법을 동원해 해당 인사를 총장으로 선출토록 요구했다니 기가 막힌다. 이렇게 낙하산 식으로 임명된 인사가 총장이 된다 한들 학내 구성원의 지지를 받고 대학 개혁을 이끌 수 있겠는가.
정부는 분규나 비리가 있었던 사립대라 해도 학내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총장을 선출해 비상상황을 극복해 갈 수 있도록 지원ㆍ조정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그것이 이 정권의 자율과 경쟁 방침에도 부합한다. 정권과 가까운 인사를 총장에 앉혀 대학을 좌지우지하려 하거나 자리 하나 챙겨 주는 식의 구태의연한 사고와 태도는 이제 제발 버리기 바란다. 그것이 대학을 살리고 대학의 경쟁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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