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지식재산을 놓고 전쟁하는 시대다. 특허는 기업의 생존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고정식(54ㆍ사진) 특허청장은 요즘 기업들에게 위기 극복의 수단으로서 특허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다닌다. "외국 기업들은 1990년대 말까지 우리 기업을 주로 반덤핑 제소로 견제해왔으나 최근에는 특허소송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특허로 무장하지 않으면 기업이든 국가든,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4월 말로 취임 1주년을 맞는 고 청장에게서 우리나라의 지식재산 획득정책에 대해 들어봤다.
- 특허, 상표, 실용신안, 디자인 등 지식재산 획득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데.
"오늘날 세계 각국의 지식재산 획득 경쟁은 15~16세기 서양 열강들의 신대륙 선점경쟁에 비유할 수 있다. 당시에는 땅을 먼저 발견하고 말뚝을 박아 영역을 표시한 뒤 다른 사람의 침범을 허용치 않았다. 지식재산권도 특허를 통해 먼저 영역을 확보해놓으면 다른 사람의 침범을 막을 수 있다. 그 영역을 침범하면 경제적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다만, 신대륙은 유한한 공간이었지만 지식재산의 영역은 머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무한하다는 점과 표시 수단이 말뚝과 특허권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 지식재산 확보가 왜 중요한가.
"최근 우리 중견 반도체 기업이 일본회사와 특허분쟁을 벌이면서 소송비용으로만 5,000만달러(약 700억원)를 지출했다. 특허권으로 영역을 선점했다면 그런 비용을 치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중소 납품업체라도 특허권을 가지면 원청 회사와의 관계에서 '갑(甲) 같은 을(乙)'의 위치에 설수 있다."
특허권을 가진다고 모든 게 해결되진 않을 텐데.
"물론 특허권 그 자체가 만능은 아니다. 하지만 특허권은 시장에서 공격이나 방어용 수단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자동차의 경우 3만여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부품 결합체지만 그 속에는 25만개의 국제특허가 결합돼 있다. 때문에 특허를 가진 부품 하나때문에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비싼 비용을 치를 수 있다. 특허권을 가지면 경쟁 기업의 시장참여를 견제할 수 있고, 후발기업이라도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고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을 확보를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 있나.
"첨단 부품소재산업의 경우 핵심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데다 선진국들이 지재권을 선점하고 있어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꼽힌다. 2007년 우리나라 대일 적자액의 63%가 부품소재산업에서 발생했다. 대일 무역역조 개선 기업과 신기술인증기업, 다특허 보유 기업 등을 선정, 미래시장을 선점할 특허를 획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전=허택회 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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