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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와 조각가, 나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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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와 조각가, 나를 말하다

입력
2009.04.07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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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는 일생 동안 40여 점의 자화상을 그렸다. 가난해서 모델을 구하기 힘들었던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삶을 고스란히 예술에 바친 자의 고독이 담긴 그의 자화상은 큰 울림을 준다.

예술가들의 자화상은 이렇듯 그들의 내면과 본질을 보다 직접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자신의 모습을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두 젊은 작가의 전시회가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동시에 열려 눈길을 끈다.

■ 변웅필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 1과 1/4' 전

변웅필(39)씨는 민머리에 일그러진 얼굴의 자화상으로 최근 미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작가다.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뒤 눈썹, 머리카락, 옷 등 개성을 모두 지워내고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일그러뜨려 캔버스에 담는다.

그 결과물은 나이도, 인종도, 성별도 쉽게 짐작할 수 없는 낯선 인간의 형상이다. 독일 유학 시절이던 2002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다 시작한 작업이라고 한다.

변씨는 "사람의 얼굴에서 사회적인 선입견을 모두 배제하기 위해 택한 방식으로, 특정한 개인의 자화상이 아닌 우리 모두의 모습"이라며 "그런데 나를 지우기 위해 택한 방식이 나의 작가적 정체성이 돼버렸으니 참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유명인의 얼굴도 같은 방식으로 작업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전시는 독특하게 구성됐다. 똑같은 그림을 180x150㎝, 90x75㎝로 크기를 달리해 제작한 뒤 분리된 공간에 배치한 것이다. 에디션이 있는 사진이나 판화와 구별되는 회화의 특징인 오리지널리티에 대해 작가가 던지는 질문으로, 크기와 공간이 달라지면 반복된 이미지도 각기 다른 원본으로서의 아우라를 가진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7일부터 26일까지.

■ 김현수 'breik' 전

극사실적인 인체 조각으로 주목받는 조각가 김현수(33)씨가 2일 시작한 이 전시의 공간으로 들어서면 마치 판타지 동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람과 동물이 한 몸으로 합쳐진, 신화에 나올 법한 조각 20여 점이 설치돼있다.

맨 먼저 만나는 것은 머리에 뿔이 난 소년이다. 뿔은 성장의 상징. 소년은 어른이 되는 것, 즉 싸우고 피흘리는 것을 거부하며 머리의 뿔을 부러뜨리고 있다. 거기서 흘러내린 피가 바위에 흥건하고, 맞은 편에서는 하체는 사슴, 상체는 인간인 반인반수의 여성이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씨는 이 소년을 페르소나로 삼아 자신의 내면과 순수에 대한 욕망을 담아냈다.

옆 방으로 건너가면 작가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조각이 앉아있다. 그의 등에는 어린 시절 김씨가 특별히 좋아했다는 물잠자리의 파란 날개가 돋아나있다. 늘 인간을 넘어서는 초인을 꿈꿔왔다는 작가는 "나를 구성하는 꿈과 기억 속의 대상들을 현실로 불러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언뜻 마네킹을 연상시키는 김씨의 조각들은 다가가서 자세히 보면 미세한 핏줄과 피부에 돋은 소름까지 표현된 섬세한 작업이다. 인공 눈을 박고, 머리카락을 한 올씩 심어 완성시킨 조각들이 마치 눈앞에 생생한 꿈처럼 묘한 느낌을 준다. 26일까지. (02)519-0800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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