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 꿈이다. 문제지를 받아놓고 다 풀지도 못했는데 시험 종료 벨이 울린다. "시험지 걷엇!" 뒤에서부터 착착착 시험지가 걷히며 점점 내 책상으로 다가온다. 한 문제라도 더 풀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쓰다 번쩍 눈을 떴다. 아, 꿈이다. OMR카드를 하나씩 어긋나게 칠하기도 한다. 새 카드를 받아와 허겁지겁 동그라미를 칠해나가는데 다 마치기도 전에 벨이 울린다. 휴, 꿈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이십여 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일년에 두어 번 시험을 본다. 그것도 가장 취약했던 수학 과목이다. 일본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듯 시험 보는 꿈에 관한 단편소설이 있다. 그 주인공은 사정이 나보다 더하다. 시험지가 아예 백지이다. 답은커녕 문제도 읽을 수 없다. 쩔쩔매다 꿈에서 깨는데 그날에는 늘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곤 한다. 소설은 몸이 아픈 주인공이 또 그 꿈을 꾸는 것으로 끝이 난다.
아무래도 이 병에서 회복되지 못할 것 같다는 주인공의 넋두리가 인상적이었다. 화요일 큰애가 두번째로 일제고사를 보았다. 첫번째 시험 점수는 캐묻지 않았다. 당황하며 무언가를 숨기기에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을 뿐이다. 언제쯤 이 꿈에서 벗어나게 될까. 무의식 저 밑바닥에 껌처럼 붙어 있어 꺼내버릴 도리가 없다. 일제고사가 부활했고 그 많은 콤플렉스들도 부활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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