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 영등포 오목교 부근에 있는 양천대일바둑도장(원장 김희용)에서 한일 바둑꿈나무들의 교류전이 열렸다. 일본 도쿄의 '홍'도장 학생들이 봄방학을 이용해 전지 훈련을 온 것이다. 홍도장은 2000년대초 아마 정상으로 군림했던 홍맑은샘(아마7단)이 일본 도쿄에서 운영하고 있는 바둑 도장이다.
홍도장과 양천대일바둑도장과의 교류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에는 인솔자 3명과 학생 7명이 왔는데 기력은 대체로 한국 연구생 2군 정도. 프로 기사의 자녀도 2명이나 됐다.
고야마 쿠야(12)는 여류 프로 고야마 테루미 5단의 아들이고 나카노 유키(14)는 중견강자 나카노 히로나리 9단의 딸이다. 둘 다 프로 기사를 지망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들의 지도를 맡았던 하성봉 아마7단은 쿠야군이 한국 연구생 2군 3조 정도 실력이라고 평가했다. 유키양은 그보다 약간 못하지만 일본 원생 수준으로는 역시 유망주다. 일본기원 연구생은 '인세이(院生)'라고 부른다. A조부터 F조까지 80명 가량의 인세이가 프로 기사를 꿈꾸며 공부하고 있다고.
소학교(초등학교) 6학년인 쿠야는 집이 요코하마여서 오후 2시께 학교가 파하면 1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도쿄 홍도장으로 간다. "일본엔 바둑도장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우리처럼 바둑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아이들은 신기하다는 취급을 받기 일쑤죠."
요즘 일본 바둑이 약하다는 건 이미 자타가 인정하는 바다. 특히 갓 입단한 프로 기사들의 수준이 한국이나 중국에 비해 상당히 낮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늦은 나이가 되도록 학업과 바 둑공부를 병행하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은 원생들도 모두 의무 교육인 중학교까지는 반드시 정상적으로 다녀야 한다. 그래서 자연히 바둑 공부량이 줄고 이것이 전체적인 실력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쿠야군도 같은 의견이었다.
"한국은 어릴 때부터 학교에 다니지 않고 바둑수업에 전념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일본은 정규교육을 꼭 받아야 해요. 그래서 한국의 도장 학생들에 비해 네다섯 시간 정도 바둑 공부 시간이 적지요. 하지만 불만은 없어요. 혹시나 제가 프로 기사가 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유야 어떻든 한국과 일본 학생들의 수준 차이는 매우 컸다. 홍사범에게 이번 교류전 전적을 묻자 "뭐, 전적이라고 말할 게 없읍니다. 원래 한국 바둑의 매운 맛을 맛보라는 취지였으니까요."라며 웃는다. 학생들에게 한국에 대한 느낌을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맵다(음식이)", "강하다(바둑이)"라고 외쳤다. <바둑신문>바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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