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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6>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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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6> 빅뱅

입력
2009.04.07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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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김언

시간이 차곡차곡 채워져서 폭탄에 이른다

일 초는 일만 년의 폭발

순간은 영원을 뇌관으로 타들어 가는 심지

태아는 울고 태어나는 순간

거꾸로 매달린 세계를 고통스럽게 입에 담는다

보지 않는 세계의 보이지 않는 웅성거림과

차가운 열기를 내뿜으며 다가오는 대기

죽음으로 대변되는 이 검은 색조의

밝은 별을 눈에 담기 위하여

잔해 위에 잔해를 쌓아 올리는 아이는 운다

출발은 멀었고

이미 도착한 이 세계에서 물결은

물결을 거슬러 올라간다

얼마나 더 올라가야 암흑에 다다를까

방금 전까지 잠잠하던 폭발이

한 점도 너무 넓은 세계를 흔들어 깨웠다

내가 돌아다녀야 할 곳이 아직도 남았다고 믿는

그 세계를

아이 혼자 담겨서 운다

무덤은 멀었고 이미 도착한 요람에서

우주의 탄생은 대폭발이었는가. 우주의 무한을 응축한 폭탄은 죽음의 폭발을 통해 우주의 생을 시작하였는가. 우주는 지금도 이 폭탄의 가능성을 펼치며 팽창하고 있는 중인가. 우주의 생과 사, 인간의 요람과 무덤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여있다. 그러므로 무덤에서 출발하였는데 이미 도착한 요람에서 보니 무덤은 멀었다. ‘내가 돌아다녀야 할 곳이 아직도 남았다.’ 요람에 담겨 아이가 혼자 울 때 내가 돌아다녀야 할 곳이 진동하고 우주가 흔들린다. 이것은 우주의 음악, 생의 리듬이며 죽음의 무도다.

김행숙(시인ㆍ강남대 국문과 교수)

ㆍ김언 1973년 생. 1998년 ‘시와 사상’으로 등단. 시집 <숨쉬는 무덤> <거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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