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바벨탑 증후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바벨탑 증후군

입력
2009.04.07 00:02
0 0

구약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탑은 인간의 과욕과 오만의 종말을 상징한다. 하늘에 닿는 탑을 쌓던 인간들은 이질적 언어 사용이라는 하나님의 처벌을 받고 대화 불능 상태에 빠져 탑 쌓기를 포기한다. 16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피터르 브뤼헐(1525∼1569)이 그린 <바벨탑> 은 처참하게 부서진 채 비스듬히 기운 자세로 지상의 도시를 짓누르고 있다. 그 도시의 인간들은 하나님의 뜻을 거스른 탑이 재앙이 되지 않을까 공포에 떨었을 것이다. 21세기, 인간은 다시 구름을 뚫고 올라가 더 높은 곳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세계 최고 빌딩은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 160층, 810m 높이로 건설 중인 '버즈 두바이'다. 기존 대만 국제금융센터(101층, 508m)보다 300m나 더 높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제다에 375층, 1,600m 높이의 '더 마일 하이 타워'(The Mile High Tower)를 세우면 버즈 두바이도 2위로 밀려나게 된다. 그러나 초고층 빌딩 건설 경쟁은 경제 위기로 주춤한 상태다. 1999년 도이치방크의 애널리스트 앤드루 로렌스가 발표한 '초고층 빌딩이 완공되면 경제 위기가 닥친다'는 '초고층 빌딩의 저주'가설이 재입증된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저주'에 아랑곳 않는 모습이다. 100층 규모, 400m 이상 높이로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초고층 건물만 13개에 달한다. 서울 DMC 랜드마크 빌딩(133층, 640m), 인천타워(151층, 613m), 용산드림타워(150층, 620m), 잠실 제2롯데월드(112층, 555m), 부산롯데월드 타워동(107층, 510m) 등이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롯데의 초고층 빌딩 욕심이 도드라진다. 이유는 간단할 것이다. 짓기만 하면 임대료와 관광객 수입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롯데의 야심대로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논란 끝에 잠실 제2롯데월드 건축이 허용됐다. 그러나 정부는 안전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안전하지 않던 건물이 갑자기 안전한 건물로 둔갑했으니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테러, 기기 고장, 부주의 등으로 항공기가 충돌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초고층 빌딩의 저주'로 야기되는 경제 위기는 견디고 이겨 내면 된다. 하지만 황금알을 좇는 기업의 과욕과 오만이 현대판 바벨탑을 낳는다면…. 브뤼헐의 <바벨탑> 아래 도시의 인간들처럼 국민들이 '바벨탑 증후군'을 앓지 않을까 걱정이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