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군사적 대응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대통령의 판단은 로켓 발사 이후 남북관계가 더 이상 악화돼서는 안된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오바마 미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이 '요격'에서 '대화'로 전환된 시점에서 한미 공조를 염두에 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대북정책의 기조 변화로 보기는 어렵지만, 잘한 일이라고 본다.
MB'군사대응 반대'는 바람직
하지만 일부에서는 벌써 여러 압박을 대통령에게 가하고 있다. 군사적 대응 반대는 사실상 북한의 도발을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나쁜 행동'에 대해 미리 면죄부를 주면, 앞으로도 북한의 행동에 끌려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한다. 오바마 정부와 한국이 북한에 힘을 실어주는 어이없는 공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면 '미사일 방어(MD)'계획 참여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문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이 로켓 발사 허가장을 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극단적 비판도 있다.
물론 북한의 행동은 한반도의 긴장을 극도로 고조시키는 '나쁜 행동'이다. 북한의 행동이 형식은 인공위성 발사지만, 내용은 장거리미사일 발사 효과를 노린 것이 사실이라고 본다. 그러나 식량ㆍ비료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 한국이 가진 대북 지렛대는 없다. 북한의 행동을 되돌릴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 우리에게는 거의 없다. 이 대통령의 군사적 대응 반대 입장은 역설적으로 현재 남북관계에서 한국의 독자적 영역이 거의 없는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 것이다.
미국 역시 우주 이용 권리를 들고 나오며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는 북한의 행동을 억제할 특별한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다. 여기에 한ㆍ미 양국의 딜레마가 있다.
이 대통령의 차분한 대응은 바람직하다. 현실적으로 발사된 로켓을 한국이 단독으로 요격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ㆍ미ㆍ일 공조 없이 한국 단독 또는 한ㆍ일 공조로 요격하기도 어렵다. 설령 요격에 성공한다 해도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 북한은 요격을 침략 행위로 간주하고 한반도의 긴장을 극도로 고조시키는 군사적 도발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대체로 로켓이 인공위성 발사체로 굳어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대통령이 감정을 배제하고 냉정한 판단을 했다고 본다.
이제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우리 정부가 어떻게 남북관계를 풀어갈 것인가 하는 과제이다. 북한의 '나쁜 행동' 이후, 대응방식에 한ㆍ미ㆍ일과 중ㆍ러 사이에 온도 차이가 생길 것이다. 한ㆍ미ㆍ일 간에도 마찬가지다. 이는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짧은 기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겠지만, 오히려 북ㆍ미 직접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대반전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6자회담이 조기에 재개되고, 북ㆍ미 직접대화가 병행하는 구도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대북정책 전반 재검토를
북ㆍ미 직접대화의 열린 공간에서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하는가, 아니면 강경으로 가는가가 남북관계 진퇴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정부가 남북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를 해야 한다. 기다리는 것이 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이미 지난 것 같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유연한 대북 전략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군사적 대응 반대라는 이 대통령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는 정책 전환을 기대한다. 안타깝지만, 지금 우리의 대북정책으로는 북한의 '나쁜 행동'을 중단시킬 수단이 별로 없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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