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8일 개막하는 '이종수ㆍ임동식 2인전'에는 따뜻하고 구수한 고향의 정서가 가득하다. 두 작가의 삶의 궤적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난해 별세한 도예가 이종수(1935~2008)는 1979년 안정된 서울의 대학교수 직을 버리고 고향 대전으로 내려가 30여년 간 불 피우고 흙 주무르는 데 매달렸다.
화가 임동식(63)씨는 야외 설치미술 운동 '야투(野投)' 출신 작가로, 독일 유학에서 돌아온 1993년 이후 충남 공주의 원골마을에서 살며 자연과의 교감을 화폭에 담아왔다.
이번 전시는 임씨가 고인에게 바치는 오마주다. 두 사람은 같은 충청도 출신으로 1970년대 중반 조각가 최종태씨를 통해 서로 알게된 뒤 꾸준히 교감을 나눴다고 한다.
임씨는 "예술을 하다 보면 누구나 정신적으로 고비가 온다. 나는 그럴 때면 이종수 선생을 생각했다. 그 분이 가마에 불을 피우는 모습과 그 분의 둥근 항아리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전시장 2층에는 고인의 도자 작품 21점이 놓였다. 맨 앞의 '마음의 향(鄕)' 연작이 마음을 끈다. 쩍쩍 갈라진 투박한 표면이 마치 고향의 논바닥 같기도 하고, 잘 마른 메주 같기도 하다.
백색의 '잔설의 여운' 시리즈는 미세한 균열 사이 사이로 잔설처럼 반짝이는 작은 결정체들이 박혀있다. 전통적인 가마 방식을 고집하면서도 다양한 조형적 실험을 거듭했기에 얻어낼 수 있었던 결과물이다. 부인 송경자씨는 "남편은 작품을 쉽게 용서하지 않아 70~80%는 그 자리에서 망치로 깨버리곤 했다"고 말했다.
아래층에는 임씨의 유화 20여점이 걸렸다. 흙빛의 토속적인 캔버스에 엿장수 앞에 모여든 시골아이들('엿장수'), 한 방 가득 누워있는 가족('4남3녀') 등 전통 농경사회의 모습이 그려졌다.
"예스러움을 빌어 원골마을에서 경험한 마을, 가족, 농사 등 우리 생활의 모습들을 전하고자 했다"는 게 작가의 말이다. 전시는 28일까지. (02)730-7817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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