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증시가 활기를 보이면서 미국 경제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세계 최대 수입국으로 전세계 경제 비중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 경제가 혹시 바닥을 찍고 곧 회복세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 때문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3월 중순만 해도 올해는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낙관론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31일 저명한 경제평론가 버나드 버몰이 "경기하강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가 최근 잇따라 발표됐다"며 "최악의 상황은 이미 통과했으며 경기순환의 바닥점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수개월 안에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버몰이 언급한 지표는 대부분 민간 소비의 회복세를 보여주는 것들이다. 기존주택과 신규주택의 2월 판매가 회복세를 보였으며 1월 반등한 소매판매 지수는 2월 소폭 하락에 그쳤다. 중장기 경기회복을 예고하는 내구재 판매도 2월 들어 7개월 만에 반등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3분의 2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 소비의 회복세를 경기 회복의 청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경기 침체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도 여전히 많다. 주택가격은 떨어지고 소비자 신뢰지수는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2월 실업률은 8.1%로 25년 만에 최고였고 신규 실업수당 수령자는 65만명을 넘어섰다. 주택 등 자산가격의 하락이 소비자의 지갑을 닫게 하고, 소비심리 위축이 기업의 실적악화로 이어져 임금삭감과 해고를 불러오는 악순환의 고리가 여전히 견고하다.
전체 부실 규모를 파악조차 할 수 없는 금융위기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블룸버그TV와 가진 인터뷰에서 "경기위축이 올해 말까지 계속돼 주가가 떨어지고 몇몇 은행이 추가로 국유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의 증시 반등도 전형적인 반짝 장세일 뿐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월가의 대표적 낙관론자인 애비 조셉 코헨 골드만삭스 선임 투자전략가마저 "미국 금융권의 악재가 더 남아있다"며 루비니 교수의 견해에 동의했다.
설사 수개월 안에 바닥을 지나더라도 급격한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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