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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게이트/ 盧, 박연차의 '퇴임선물 구애'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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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게이트/ 盧, 박연차의 '퇴임선물 구애' 몰랐을까

입력
2009.04.07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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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씨에게 건넨 500만 달러(당시 환율로 50억원)는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활동을 위한 후원금 성격”이라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검찰 진술은 애초 그가 생각한 이 뭉칫돈의 최종 목적지가 노 전 대통령이었음을 말해준다.

노 전 대통령이 이를 알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현재로는 여러 정황상 그 개연성이 적지 않다고 추측하는 수준이다. 특히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돈의 전달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노 전 대통령이 사후에라도 알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물론 노 전 대통령측은 사전에 몰랐을 뿐 아니라, 최근에야 (연씨에게 돈이 전달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진실은 정 전 비서관과 연씨를 조사한 후에야 규명될 수 있을 것 같다. 최종적으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해질 수 있다.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퇴임 선물을 안기려고 시도한 정황은 여러 군데서 발견된다. 먼저 참여정부 막바지인 2007년 8월의 3자 회동. 박 회장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정 전 비서관을 서울의 모 호텔에서 만났다. 대통령의 두 유력 후원자와 청와대 살림을 맡은 최측근의 만남이었다.

시기상으로나, 참석자 면면으로나 이 모임은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과 관련한 ‘후원’ 문제가 논의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 돈 얘기가 오고 갔다. 박 회장이 “홍콩 계좌에서 이름없는 돈 50억원을 주겠다”고 제의하자, 강 회장은 “출처가 불명확한 돈을 받을 수 없다”며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몇 달 후 다시 기회를 잡는다. 이번에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씨가 정 전 비서관을 통해 투자를 요청한 것이다(연씨의 대리인인 정재성 변호사의 설명). 박 회장은 이 요구를 마다하지 않고 돈을 건넸다. 이 돈이 노 전 대통령을 위해 쓰일 돈이라고 인식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공교롭게도 돈의 액수가 3자 회동에서 거론됐던 금액과 일치한다.

박 회장의 검찰 진술에서 박(朴)-강(姜)-정(鄭) 3자 회동 이후 노 전 대통령의 두 후원자 박 회장과 강 회장 사이에 ‘갈등’이 빚어진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당시 상황과 3자 회동 이후 강 회장의 행보를 종합할 때, 강 회장은 박 회장이 주려 했던 ‘눈먼 돈’에 상당한 거부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검은 돈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노 전 대통령이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음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강 회장은 박 회장의 홍콩 자금 50억원을 거부한 3자 회동 한달 뒤인 2007년 9월 농촌관광 및 생태ㆍ문화 보존사업을 하는 회사인 ㈜봉화를 만들었다. 창신섬유의 자금 50억원을 이사회 의결을 거쳐 투자했다.

창신섬유가 연매출 43억원, 영업이익 3억원(2007년 기준) 규모의 회사임을 감안할 때, 노 전 대통령이 검은 돈에 얽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단독 출자했을 개연성이 크다.

최근 ‘50억원 파문’이 불거진 이후 강 회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은 (박 회장과 연씨의 돈 거래를) 몰랐다”고 말하며 적극적으로 박 회장과 거리를 두려 했던 점도 이 같은 저간의 사정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이 금명간 홍콩 당국으로부터 박 회장 소유의 홍콩 현지법인인 APC 계좌자료를 넘겨받기로 하면서 연씨에게 전달된 50억원의 성격 규명 작업도 속도를 내게 됐다. 자료가 도착하면 50억원의 사용처가 확인될 수 있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필요성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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