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 본선으로 향하는 승부처에서 남북이 외나무다리 대결을 벌인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북한과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B조 5차전 홈경기를 갖는다. 북한(3승1무1패ㆍ승점 10)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태로 조 2위를 달리고 있는 대표팀(2승2무ㆍ승점 8)은 상암벌에서 시원한 승리를 거두고 조 1위를 탈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의 8부 능선을 돌파한다는 각오다.
● 16년간 이어진 무승 사슬 끊는다
축구대표팀은 역대 A매치 전적에서 5승7무1패로 북한에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1993년 이후 A매치에서 5연속 무승부에 그치고 있다. 특히 '허정무호'는 출범 후 네 차례 남북전에서 모두 비기며 팬들의 빈축을 샀다.
1일 남북전은 '허정무호'가 '무승부 징크스'를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홈 경기의 유리함에 더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전력의 근간을 이루는 '해외파'들이 일찌감치 대표팀에 합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박지성은 31일 파주 축구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인터뷰를 갖고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적응 기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낼 자신이 있다"며 승리에 자신감을 보였다.
● 남북 해외파 1년 만의 맞대결
남북전의 희비는 지난해 3월 상하이에서 열린 3차 예선 2차전 이후 1년 만에 그라운드에 격돌하는 박지성-홍영조(로스토프)와 박주영(모나코)-정대세(가와사키)의 매치업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박지성과 홍영조는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 위의 감독'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의 컨디션과 활약에 따라 팀 전체 분위기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박지성은 홍영조에 대해 "러시아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고, 특히 월드컵 최종예선전에서 아주 위협적인 선수"라고 평가하며 '경계 대상 1순위'로 꼽았다.
상반된 플레이 스타일과 캐릭터를 지닌 박주영과 정대세의 득점포 대결에도 관심이 쏠린다. '허정무호' 출범 후 박주영과 정대세가 나란히 그라운드에 나선 경기는 지난해 3월 상하이 남북전이 유일했지만 두 사람 모두 컨디션 난조로 '헛심 공방'을 벌이는데 그쳤다.
박주영은 지난달 22일 낭시전에서 5개월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고, 정대세도 2009 J리그 개막 후 2골을 터트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어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파주=김정민 기자 goavs@hk.co.kr
■ 南北 감독 출사표
한골 차 박빙 승부 예상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한 골 차 승부를 예상한다. 북한전은 남아공월드컵 최종 예선의 중요한 길목이다. 골 결정력에 여전히 문제가 있지만 공격진이 이라크와 친선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골을 넣기 위해 노력할 것이지만 서두르지는 않겠다. 막무가내로 나선다고 골을 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최근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충분히 준비했고 선수들의 컨디션도 좋은 편이다.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월드컵 본선에 동반 진출한다면 단일민족으로서 자랑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UAE전 이겨 사기 높다
▲김정훈 북한 축구 대표팀 감독=남북 모두 수비 위주로 나설 것으로 전망하지만 격렬한 경기가 될 것이다. 기후적으로 북한과 별 차이가 없어서 적응에 문제점은 없다. 아랍에미리트연합전 승리로 선수들의 사기가 매우 높은 상태다.
내일 경기의 승점 3점이 최종 예선을 통과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나도, 선수도 모두 잘 알고 있다. 한국은 선수 개개인의 경험과 능력이 뛰어나고 잘 조직된 좋은 팀이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자존심이 매우 강하다.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일 경기를 지켜 봐 달라. 남북한의 월드컵 본선 동반 진출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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