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제' 김연아(19)가 뒤늦게 '새내기 신고식'을 치렀다. 2일 오전 9시 55분께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사범대 건물 앞에 멈춰선 흰색 승합차에서 김연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0월 수시2학기 체육특기자 전형으로 고려대 체육교육과에 합격한 이후 세계선수권 출전 등 바쁜 일정으로 입학식(2월27일)도 참석하지 못했던 그가 입학 후 한 달여 만에 처음 등교한 것이다.
재학생 200여명은 "오! 김연아" "여신이다"를 외치며 금쪽 같은 09학번 새내기를 환영했다. 김연아는 잠시 당황하는 표정도 지었지만 이내 은반에서 보여준 특유의 환한 미소로 답했다. 검은색 캐주얼 재킷, 흰색 면티, 스키니진. 피겨여제도 이날만은 영락없는 여대생 모습이었다.
김연아는 먼저 소속 학과, 단과대에 들러 강선보 사범대학장과 류태호 체육교육과 학과장을 만나는 것으로 첫 캠퍼스 나들이를 시작했다. 김연아는 이 자리에서 "(고려대 재학생 커뮤니티)고파스에 처음 남긴 글에 달린 댓글을 보고 고대생이라는 느낌이 밀려 들었다"고 밝혔다.
김연아가 지난달 2일 고파스에 올린 '안..녕하세요..!! 09학번 김연아입니다..ㅋㅋㅋㅋ(낚시아님 ㅋㅋㅋㅋㅋ)' 글은 5만 건이 넘는 조회수에 1,500건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20여분간 면담을 마치고 나온 김연아 주변엔 휴대폰 카메라를 꺼낸 든 재학생과 교직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친구와 함께 카메라까지 준비하고 나온 김희진(22ㆍ불문학과)씨는 "태극기를 보며 눈물을 흘리던 연아를 직접 보니까 너무 기쁘다. 바쁘더라도 자주 학교를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이어 본관에서 이기수 고려대 총장과 면담했다. 이 총장은 "바쁘더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명실상부한 세계적 리더로 커 달라"고 당부했다. 김연아는 "열심히 대학생활을 하겠다"고 대답했다.
이 총장은 마리아 슈라이버의 저서 <삶은 항상 새로운 꿈을 꾸게 한다> 에 직접 사인을 해 선물했다. 김연아는 총장실에서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2009190831'이 새겨진 학생증도 받았다. 삶은>
총장과의 면담을 마치고 나온 김연아는 취재진에게 "학교에서 반갑게 맞아주셔서 고맙다. 자주 학교에 못나오더라도 학교생활을 열심히 해서 수업을 꼭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연아 얼굴을 더 보려고 사범대에서 한 달음에 달려온 재학생 수십 명은 김연아가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고 "고대 파이팅"이라고 외치자 가슴이 벅찬 듯 환호성을 질렀다. 이 총장은 인파에 행여 김연아가 다칠 새라 왼쪽 팔을 부축하며 계단을 내려왔다.
당초 예정에 없던 중앙도서관 방문도 있었다. "오늘은 수업에 못 들어가지만 도서관에서 대학생활을 느껴보고 싶다"는 김연아의 부탁 때문. 스포츠운동 심리학, 스포츠과학 개론, 스포츠 사회심리학 등 3권을 대출 받았다.
조용하던 도서관도 김연아가 나타나자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김수현(25ㆍ경영대 대학원)씨는 "미운 구석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연아가 대학 생활도 피겨처럼 훌륭하게 해 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오후 2시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고 학교 문을 나서면서 "입학 후 처음 캠퍼스를 밟으니 대학생이 되었다는 실감이 든다. 교수님들과 선배님들이 이렇게 환영해주시니 운동도 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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