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쎈돌'이 올해 바둑리그에서 고향 팀 선수로 뛸 수 있을까. 이세돌이 최근 고향인 전남 신안군으로부터 강력한 러브콜을 받았다.
신안군과 향토 기업인 태평염전이 공동으로 바둑 팀을 창단, 다음 달 개막하는 '2009 한국바둑리그'에 참여키로 하면서 '이세돌이 고향 팀에서 뛰게 해 달라'고 대회 주최측에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과연 이세돌이 올해 바둑리그에서 '신안 천일염' 소속으로 뛰게 될 수 있을 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한국바둑리그가 그동안 외형적으로 지역 연고제를 표방했으나 실제로는 드래프트 방식을 적용, 선수 선발이 지역 연고와 거의 무관하게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해당 팀과 지역적 연고가 매우 깊어 꼭 자기 팀 선수로 뽑고 싶어도 지명 순위가 뒤로 밀려 앞 팀이 먼저 지명해 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동안 한국바둑리그에서 자기 고향 출신 기사를 일부러 선택해 뽑은 사례는 대구를 연고지로 하고 있는 영남일보가 대구 출신인 김형우를 3년 연속 우선 지명한 게 거의 유일하다. 실은 그것도 김형우가 랭킹이 그리 높지 않아 다른 팀에서 별로 욕심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지 만일 1, 2지명급이었다면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더욱이 바둑리그에는 '계속 지명권'이라는 게 있어서 이세돌 이창호 강동윤 목진석 같은 '알짜배기' 선수들은 기존 소속팀에서 계속 보유 선수로 묶어 놓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팀으로 ?ケ穗?게 아예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올해는 '다행히' 이세돌의 소속팀인 제일화재가 리그에 불참하는 바람에 일단 '무적' 상태가 됐으므로 한 가지 걸림돌은 제거된 셈이다. 하지만 남은 문제는 다른 팀들이 랭킹 1위 이세돌을 '신안 천일염'에서 쉽게 데려가도록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주최측인 한국기원과 바둑TV가 고민이다. '신안 천일염'이 바둑팀을 창단하면서 '이세돌 영입'을 명시적인 조건으로 내걸지는 않았지만 내심 이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신생팀에게 선수 한 명에 한 해 우선 지명권을 주거나 아니면 드래프트 1번을 주도록 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해당 선수가 바로 모든 팀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랭킹 1위 이세돌이라서 속시원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다음 주 열릴 바둑리그 출전팀 관계자 회의서 다시 논의키로 일단 미뤄 놓았다.
한편 '신안 천일염'의 바둑리그 참가로 자칫 표류 위기에 처할 뻔 했던 '2009 한국바둑리그'도 한숨 돌렸다. KIXX 한게임 티브로드 등 기존 3개팀에 신안 천일염과 바투, 매일유업 등 3개 팀이 새로 참여해 모두 6개 팀을 확보, 리그를 꾸려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숫자를 맞췄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 '2009 한국바둑리그'는 4월30일까지 선수 선발을 완료하고 5월 13일 개막식에 이어 21일부터 정규리그에 들어갈 예정이다.
■ 이세돌 기념관 '북적'
이세돌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은 전국 230여개 시ㆍ군 가운데 재정 자립도가 최하위권에 속할 만큼 살림이 어려운 형편인데도 지난 해에는 비금도에 '이세돌기념관''을 건립하는 등 바둑 관련 사업에 매우 적극적이다.
특히 이세돌의 모교인 대광초등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이세돌기념관은 개관 3개월 만에 5,000여명의 관광객이 찾아 오는 등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되고 있다고 한다.
기념관을 찾는 이들은 사계절 해상 관광지인 흑산도와 홍도를 구경하고 뱃길로 달려와 바둑 대국장, 이세돌 관련 자료 전시실, 추억의 공간 등과 함께 비금 명사십리 해수욕장 등을 둘러본다고 신안군 관계자가 전했다.
바둑을 통한 '지역 알리기'는 특히 국내 프로기사가 많이 배출된 전라도 지역에서 활발히 행해지고 있다. 여류 기성전을 3년째 주최하고 있는 전북 부안군이 조남철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이며 조훈현의 고향인 전남 영암군도 바둑 테마 공원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또 전주의 이창호배, 강진의 김인국수배 등 내 고장 출신 유명기사의 이름을 딴 대회가 속속 생겨나서 성황리에 치러지고 있고 세계아마바둑대회를 유치하기 위한 지역 간의 물밑 경쟁도 치열하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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