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로 개성공단 남측 직원 한 명이 북한에 억류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남북이 합의한 개성공단 출입체류 규정이 애매모호하고 남북 대화가 막혀 있는 것이 그 이유다.
정부는 "접견권과 변호권 등을 보장하라"는 메시지를 거듭 보내고, 통일부에 긴급대응팀을 꾸리는 등 나름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무반응이다.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은 1일 "북한은 '인권과 건강, 신변안전 등은 보장한다'는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3월 30일 북한이 조사 사실을 알리기 위해 통지문을 보냈는데 그 이후엔 조사 내용 등에 대해 알려온 게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체류 관련 합의를 제멋대로 적용하는 것에 1차적 원인이 있지만 합의 자체에도 허점이 많다.
정부는 2004년 1월 '개성공단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 출입체류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한 뒤 후속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합의서의 '출입체류 문제의 전반적 협의와 해결을 위한 공동위원회를 구성한다'는 조항(12조)도 이행되지 않았다.
합의서엔 개성공단에서 금지된 위반 행위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고, 북한이 남측 인원을 조사할 경우 조사 기간과 장소, 방식, 피조사자의 권리 등에 대한 내용도 없다.
북한이 합의서를 자의적으로 들이댈 여지가 큰 것이다. 지난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합의서 문구 해석을 두고 남북이 공방을 벌였었다.
합의서 2조의 '남측 인원은 개성공단에 적용되는 법질서를 존중 준수한다', 10조의 '엄중한 위반 행위는 별도의 남북 합의로 처리한다'는 부분은 북한이 이번 사태를 장기화하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억류된 직원의 행위를 '엄중한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2조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북한 법을 적용, 이 직원을 기소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10조의 '남북 합의'에 방점을 찍으면서 "남북 간 벌어지는 일에 대해선 남북 합의서가 최우선"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북한이다.
이번 사태를 풀 수 있는 가장 효율적, 결정적 수단은 남북 간 대화다. 하지만 대화의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고, '지렛대'로 쓸 경제 지원도 중단된 상태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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