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한국 박물관 100주년을 맞은 올해 초, 박물관 발전을 위한 첫 방안으로 '박물관에 대한 기증ㆍ기부 분위기 조성'을 꼽았다.
선진국 박물관의 경우 전시실마다 기증자의 이름을 새기는 등 충분한 예우를 해줘 기증을 독려하고 있는데 비해, 국내의 경우 사실상 기증을 하고도 그만한 예우를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추가 기증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유물 기증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하고, 별도의 행사를 개최하는 등 유물 기증자를 제대로 예우해 문화재 공유 사례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에 따라 1946년 개관 이후 유물 2만8,000여점을 기증한 242명과 박물관 후원금을 기부한 60여명 등 300여명의 명패를 설치한 '명예의 전당'을 만들고, 30일 현판식을 가졌다.
또 31일부터 7월 12일까지 박물관 내 기증문화재실에서 '기증으로 꽃피운 문화재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기증된 문화재 중 200여점을 골라 전시한다. 가문에 소중히 전해져왔거나 정성껏 수집한 문화재를 대가없이 내놓은 기증자들이 아니었다면 볼 수 없었을 문화재들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안익태 선생이 친필로 쓴 애국가 악보다. 스페인에 거주하는 안익태 선생의 유족으로부터 안익태기념재단이 건네받아 2007년 기증한 것으로,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전체 4쪽 중 마지막 페이지에는 피아노 반주 악보에 '동해물과 백두산이 말으고 달또록'으로 시작하는 가사가 실려있다.
안익태 선생의 친필로 남아있는 애국가 악보는 매우 드물어 상당히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안익태 선생의 유족들은 2006년과 2007년에 걸쳐 600여점의 유품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으며, 이번 전시에는 애국가 악보 외에도 지휘봉과 사진 등 다양한 자료가 소개된다.
임진왜란 때 포로로 일본으로 끌려간 이들의 후손이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18세기 초 찻잔도 공개된다. 한글시가 새겨진 이 유물은 일본 교토의 고미술품 수집가 후지이 다카아키가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지난해 그의 유족에 의해 기증됐다.
고 남궁련 대한조선공사 전 회장의 유족이 2006년 기증한 '귀면청동로'는 1972년 국보 145호로 지정된 유물이다. 세 발이 달린 솥 모양의 몸체에 도깨비 얼굴이 형상화된 독특한 유물로, 모양은 화로와 비슷하지만 몸체에 바람이 들어갈 수 있도록 통풍구를 뚫은 것으로 보아 풍로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기증문화재를 공개하는 전시를 지속적으로 개최, 문화유산을 함께 나누는 문화재 기증의 의미를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