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평씨의 맏사위 연모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50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50억원)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건평씨 측 모두 거리두기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이 돈을 제공한 박 회장의 진술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어 '50억원의 진실'을 둘러싼 논란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과 건평씨 측은 50억원을 두 형제와 관계없이 연씨가 단독으로 박 회장에게서 투자 받은 돈으로 정리하고 있다. 의혹이 터져 나온 뒤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 건평씨의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가 잇따라 해명에 나섰다. 연씨가 박 회장의 계열사에 한동안 이사로 재직했기 때문에, 굳이 노 전 대통령이나 건평씨를 거치지 않아도 박 회장에게 직접 투자를 요청할 수 있는 위치였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처음으로 "연씨가 50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린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도 그 목적은'노 전 대통령 구하기'였다.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 회장은 여러 의혹이 난무하자 "노 전 대통령과는 상관없고, (노 전 대통령은) 그 사실을 열흘 전쯤에야 알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은 일방의 주장에 불과하다. 박 회장과의 막역한 관계로 볼 때 노 전 대통령과 건평씨가 50억원이라는 거액이 전달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얼른 납득되지 않는다. 특히 건평씨는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청와대의 눈을 피해 박 회장과 공모해 각종 불법적인 금품거래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추가 금품수수의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연씨가 그의 맏사위라는 점도 그가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결국 50억원의 실제 주인은 박 회장의 입을 통해 가려질 가능성이 높다. 수감 중인 박 회장을 접견했던 박찬종 변호사는 31일 "박 회장이 50억원을 봉하마을 화포천 개발 명목으로 제공했다고 말했다"고 언론에 공개했다.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볼 때, 노 전 대통령과의 관련성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박 변호사가 하루 만에 "(박 회장에게) 50억원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고 번복해 자신의 발언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깼다.
검찰은 우선 연씨측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있다. 연씨측은 버진아일랜드에 주소를 둔 타나도 인베스트먼트라는 해외창투사를 설립해 홍콩계좌로 500만 달러를 송금받아 200만달러 이상을 베트남, 미국, 필리핀, 태국 회사에 투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입증할 자료도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만큼, 검증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그게 사실이라 해도 나머지 절반 가량의 돈이 어디에 있는지는 추가로 밝혀야 할 부분이다. 연씨측은 절반은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의 추적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나 건평씨가 사용한 흔적이 발견될 경우 상황은 급반전할 수 있다. 해외에 개설된 계좌인 만큼 계좌추적 작업은 사법공조를 통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계좌추적으로 상당한 증거가 모이기 전까지는 연씨를 소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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