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시했다. 북한이 대외 협상력 제고와 체제 결속을 노리고 있다는 데에도 분석이 일치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처 방향과 대북정책 기조 전환 필요성 등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우선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를 무시한 채 로켓 발사를 강행한 이유를 대외 협상력 제고와 내부 결속력 유지에서 찾았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미국에 대한 압박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는 한편 내부적으로도 인민들을 결속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이 김정일 3기 체제 출범을 앞두고 체제 결속과 함께 대미 협상력을 높이고자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새로 출범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북미간 직접 대화가 진행될 것으로 판단, 발언권을 높이기 위해 사실상 핵무기 운반수단까지 향상시켰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도력을 강조함으로써 체제 안정을 도모하고자 했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추가 제재에 대해선 "별다른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여서 우리 정부의 주된 대응 방향과는 거리가 있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발사체가 인공위성일 가능성이 높은 터라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새로운 안이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수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도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주권국의 권리'라는 북한 주장을 지지하는 견해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행동이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이라는 데에는 국제사회의 견해가 일치하지만, 실효성 있는 제재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많은 전문가들은 결국 일본을 위시한 개별 국가 차원의 제재 조치 쪽으로 가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사태를 풀기 위한 해법으로는 '대화'가 제시됐지만 시간은 다소 걸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였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안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일정 시점에 6자회담과 북미 양자회담을 병행하는 식으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수 교수도 "어차피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10월을 넘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대북정책 기조 전환 필요성을 포함한 우리 정부의 구체적 대응과 관련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이 일본처럼'이번에 버릇을 고치겠다'는 식으로 가선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며 "결국은 대북정책의 전향적 변화를 통해 북한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현익 수석연구위원도 "이명박 정부는 지난 정권의 퍼주기를 비판하며 엄격한 상호주의를 폈지만 북한의 로켓 발사를 막지 못했다"며 "대북정책의 기조 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복원, 그 지렛대를 활용하는 게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성한 교수는 "대북정책 기조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지금 상황은 그야말로 북한이 도발을 한 것"이라며 "정부가 그간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던 만큼 북한의 도발에 굴복하는 식으로 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유호열 교수도 "현 시점에서 대북정책을 전환할 경우 효과도 없고 더 큰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김영수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은 지지층을 의식해 대북정책 전환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 방침에 대해서도 입장이 뚜렷하게 나뉘었다. 고유환 교수는 "동북아 긴장이 고조된 상태에서 PSI에 전면참여하는 건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고, 문정인 교수도 "정부가 PSI 전면참여를 일단 유보한 것은 해법이 아님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호열 교수는 "원칙을 강조한 정부의 말이 빈말이 아니려면 PSI와 같은 국제적 노력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고, 김성한 교수도 "PSI 참여 주저는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가세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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