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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게이트/ '퇴임자금 50억' 거부된 뒤 연씨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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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게이트/ '퇴임자금 50억' 거부된 뒤 연씨 등장

입력
2009.04.07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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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모(36)씨에게 전달된 500만달러(당시 약 50억원)에 대해 노 전 대통령측이 적극적으로 관련성을 부정하고 있지만, 의문은 갈수록 커져 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을 위해 전달한 돈을 연씨가 관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연씨, 청와대에서 정상문씨와 공모?

연씨가 50억원의 '주인'인지, 아니면 단순한 '관리자'인지를 밝히는 것이 검찰 수사의 핵심이다. 우선 순수하게 연씨에게 제공된 투자자금이라고 보기에는 연씨의 행보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연씨측은 "노 전 대통령이 받기로 한 돈이라면, 굳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투자를 요청할 이유가 없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2007년 8월 정 전 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과 자금에 대해 박 회장,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만나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더구나 연씨가 청와대를 드나들며 정 전 비서관을 알게 됐고, 박 회장에게 투자금으로 50억원을 요구할 때 정 전 비서관을 통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 전 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의 활동자금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연씨와 연합해 박 회장에게 자금 지원을 요청했고, 연씨에게 퇴임 자금의 관리자로서의 역할이 주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노 전 대통령, 과연 사후에 알았나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을 위한 후원금이라고 생각하고 연씨에게 돈을 줬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 전 대통령 본인이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면 죄를 묻기는 어렵다.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50억원의 자금에 대해 언제 알았느냐는 이 사건의 중요한 포인트다. 노 전 대통령측은 "퇴임 직후인 3월에야 연씨가 돈을 받은 것을 알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강금원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은 열흘 전에야 이 같은 사실을 알았다"고 말한 것보다 시점이 훨씬 앞당겨졌지만, 돈이 건너간 후에 알았다는 기본 틀은 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심복이라 할 수 있는 정 전 비서관이 2007년 12월 박 회장에게 50억원 지원을 요청하고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은 향후 노 전 대통령이 자금이 건너가기 전이나, 최소한 건너갈 당시에 알고 있었는지를 집중 수사할 예정이다.

해외투자는 추적 피하려?

연씨는 박 회장에게서 받은 돈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창투사 타나도 인베스트먼트을 설립해 투자했다고 밝혔다. 연씨의 주장대로라면 이 돈은 전혀 국내로 들어오지 않았다. 박 회장이 차명으로 개설 한 APC 홍콩계좌에서 돈을 넘겨받았고, 현재도 버진 아일랜드 계좌에 있는 셈이다. 국내 사법기관이 쉽게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게 돼 있는 것이다.

이 점 또한 돈의 성격에 의문을 던지는 부분이다. 노 전 대통령의 활동자금 명목으로 받은 돈을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해외에서 운용하고 투자수익으로 금액을 불리려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50억원의 행방을 샅샅이 추적해 노 전 대통령측이 직접 사용한 흔적이 있는지 물증을 확보하는 것을 급선무로 보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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