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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회의장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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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회의장의 리더십

입력
2009.04.07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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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시민은 국회의사당에 밤늦도록 불이 켜져 있으면 의원들의 일하는 모습에 안심하고 잠을 이룬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 시민들은 여의도 의사당에 밤 늦도록 불이 켜져 있으면 오늘도 의사당이 점거 당했나 싶은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 4월 임시국회는 서울시민에게 어떤 밤을 가져다 주려는지.

당적도 없는데 왜 권위도 없나

국회는 국가 기능의 심장이다. 국회의 회의장이 점거 당하고, 문이 부서지고, 마이크가 부러지고 하는 것은 심장의 혈관이 막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심장에서 혈액이 제대로 펌프질 되지 않는다면 그 육체는 어떻게 될까. 마찬가지로 국회에서 법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그 나라는 또 어떻게 되겠는가.

국회 운영의 궁극적 책임은 의장에게 있다. 쟁점 의안을 조정하고 합의하는 책임은 1차적으로 정당의 원내대표들에게 있겠지만, 국회가 난장판이 되고 기능이 마비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의장이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의장은 여야를 초월한 국회의 최고 어른이다. 어른의 가장 큰 책무는 구성원을 가르치고 훈계하여 그 조직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의장은 이런 권위와 힘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가능한 한 선수(選數)가 가장 많고 경륜이 가장 높은 분을 의장으로 모시는 것이 아닐까. 이것은 의장에게 그런 권위를 부여하는 차원에서 정해진 전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의 국회 사태를 지켜본 국민들의 심정은 의장이 과연 이런 권위와 카리스마를 확보하고 있는지 회의를 갖게 한다. 의장이 회의장도 뺏기고 집무실도 뺏긴 채 지역구를 유랑하는 모습은 국민들의 마음을 매우 슬프게 한다. 대학에서 등록금 투쟁이랍시고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했을 때의 그 참담한 심정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강의실은 남아 있기 때문에 학교 기능은 유지된다. 그런데 국회는 그 기능조차 아예 마비되어 버리니 지금과 같은 위기 국면에 국민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국회의장은 대통령과 맞먹는 권위를 가져야 한다. 미국은 대통령이 수시로 의장과 접촉한다. 직접 만나기도 하고 전화를 하기도 한다. 주요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었을 때는 먼저 의장의 협조를 구한다. 의장은 여야를 잘 어우르는 권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장은 단순히 사회만 보는 사람이 아니다. 여야가 격렬히 대립되어 있는 의안에 대해서는 의장이 이를 조정하고 중재하는 힘과 권위를 발휘한다. 따라서 대통령은 먼저 의장의 협조를 구하고 의장은 국익 차원에서 여야를 중재해 법을 통과 시킨다.

우리나라는 의장이 미국보다 더 독립적인 입장에 서도록 하는 제도까지 마련해 두고 있다. 의장이 되면 일단 당적을 버린다. 의장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여야를 아우르는 권위를 확보하라는 의미이다. 거기다가 이제 우리나라는 의장을 지내면 정치 일선을 떠나는 것이 거의 관례화되어 있다. 따라서 의장은 다음 선거를 위해 좌고우면할 필요도 없다. 국민과 국익만 바라보면 된다.

국회의장이 이런 권위를 확보하기 위해 앞으로는 국회의장의 위상이 새롭게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국회의장은 대통령의 아래가 아니라는 것부터 먼저 실천해야 한다. 의장은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의 수장이라는 독립성부터 분명하게 확립해야 한다.

대통령 아래라는 인상 불식을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앞으로는 대통령 비서실장, 대통령 선대본부장,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등이 국회의장으로 가는 경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회의장이 대통령의 아래라는 묘한 인상만 심어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과 국민으로부터 존경 받으면서 무게감 있는 권위를 확보하는 경력만이 의장으로 가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의장으로서의 리더십이 십분 발휘될 수 있다.

이제 또 하나의 임시국회가 개회되었다. 이번 국회는 이전 국회와는 다른 국회가 되었으면 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회의장이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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