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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태안 앞바다에 남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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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태안 앞바다에 남은 숙제

입력
2009.04.07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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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 충돌사고로 유출된 기름은 1만2,547㎘에 이른다. 국내 사상최악의 기름유출 사고가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해안국립공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이었다. 1년4개월이 지난 지금 초기방제 작업은 거의 마무리돼 주변 해역과 바닷가를 온통 뒤덮었던 시커먼 기름은 겉보기에 대부분 사라졌다. 그러나 해양 환경과 어민들의 삶에 남긴 깊은 상처는 치유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실질 배상ㆍ 예방대책 필요

정부는 1995년 전남 여수 소리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씨프린스호 사고 이후 해양 유류오염 사고 예방과 대처를 위해 제도개선 노력을 기울여 왔다. 태안 사고 뒤에도 피해주민에 대한 지원과 해양환경의 복원을 돕기 위해 이른바 '태안 특별법'을 제정하는 한편, 해양환경관리법 시행규칙을 고쳐 2011년부터 이중선체 유조선 사용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먼저 실질적 피해보상을 위한 제도개선이 절실하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은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액, 직접적인 경제손실을 2008년 10월 현재 6,013억 원 정도로 추산했다. 이와 함께 환경자원 훼손에 따른 피해 규모도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IOPC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최대 보상액은 직접 피해액의 절반 정도인 3,200억 원에 불과하다. 해양오염에 따른 간접적 환경피해에 대해서는 피해규모 산정이나 배상 절차조차 모호한 형편이다.

정부는 '태안 특별법'에 근거하여 IOPC의 보상한도를 초과하는 피해액에 대해서는 별도로 보상할 계획이다. 또 유사한 대규모 오염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IOPC 보상한도를 최대 1조2,000억원까지 늘릴 수 있도록 '보충기금협약'에 가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양 기름오염 사고는 피해규모가 워낙 엄청나고 해양 생태계를 되살리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고는 악천후 속에서 무리한 항해를 강행하는 등 고질적 안전불감증이 원인이었다. 이에 비춰 오염사고를 초래한 선박 소유주와 사용기업 등 사고유발 주체에게 더욱 무거운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한책임주의' 원칙에 입각한 환경책임배상법을 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미국은 1989년 유조선 엑슨 발데즈호 사고를 계기로 무한책임주의에 입각한 '유류오염법(Oil Pollution Act, 1990)'을 제정했다. 미국 법원도 '선주책임제한법'을 적용하지 않고 전체 5조원 규모에 이르는 배상 및 방제 책임을 부과했다. 최근 우리 법원이 선주책임제한 규정을 적용, 겨우 몇 십억원 한도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과 아주 대조적이다.

정부와 사회 관심 기울여야

태안 사고는 해안국립공원에서 발생해 환경과 생태계 피해가 특히 컸다. 따라서 앞으로 해상ㆍ 해안 국립공원과 생태보호지구, 관광지구 가까이 운항하는 유조선 등은 특별히 항해 에스코트를 받거나 우회 항로를 이용하도록 하고, 악천후 때는 아예 운항을 금지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법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태안 사고와 같은 대규모 유류 오염으로 손상된 생태계가 원래대로 회복되는 데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이상 걸린다. 태안 앞바다에 남은 상처를 하루 속히 치유하고 다시는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사회가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신용승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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