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손 벌릴 걸 그랬나?"
미국 자동차 빅3 중 유일하게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지 않은 포드가 뒤늦게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일 보도했다. 오바마 정부가 GM, 크라이슬러의 추가 자금 지원 요청을 일단 거부하면서 두 회사의 파산보호 신청 가능성이 높아지자 포드도 부품 공급업체와 소매 판매망의 붕괴를 걱정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자동차 3사 모두와 거래하는 부품업체와 판매 대리점이 많기 때문에 GM, 크라이슬러 2개 업체가 파산보호 상태에 돌입하면 포드 역시 부품 조달과 자동차 판매에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GM, 크라이슬러는 파산보호기간 동안 정부의 도움을 받아 채권단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큰 양보를 얻어 포드 보다 양호한 경영 상태와 가격 경쟁력을 갖출 가능성도 있다.
앨런 멀랠리 포드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말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의 자동차산업은 상호의존적이기 때문에 경쟁업체의 붕괴가 포드에게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사실 포드는 경쟁사들이 위기에 처한 뒤 GM 차 구입 희망자의 19%, 크라이슬러 차 구입 희망자의 15% 정도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비자 조사를 근거로 은근히 반사이익을 기대했다. 하지만 미국의 3월 자동차 판매량은 그런 기대가 얼마나 허황된 것이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의 3월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7% 감소했는데 특히 포드는 41%나 하락해 평균보다 더 많이 줄었다. 판매 대수에서도 13만1,000여대로 GM, 도요타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GM과 크라이슬러의 불확실한 운명이 미국 자동차 전체에 대한 불안감을 가져와 소비자들이 외국차에 발길을 돌리게 한 것이다.
포드의 한 관게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GM, 크라이슬러에 추가 지원을 보류, 소비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미국 자동차는 물론 미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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