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에 탁월한 덕행을 펼쳐 신앙의 귀감으로서 전세계적으로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아온 교황 요한 바오르 2세의 선종 4주기인 지난 2일을 앞두고 '기적'이 시현된 것으로 나타나 가톨릭 교단을 술렁이게 만들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묻힌 바티칸에서 1일 신장암을 앓아 불구가 된 9살 소년이 휠체어를 타고 묘소를 방문해 기도를 올린 뒤 두 다리로 일어서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과 싱가포르 연합조보 온라인판이 5일 전한 바에 따르면 주인공 소년은 부모와 함께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 지하실에 마련된 유택을 참배했다.
소년은 정성껏 기도를 드린 다음 휠체어를 타고 성베르로 성당 입구까지 나왔는데 갑자기 부모를 보며 "걷고 싶다"고 말한 뒤 그대로 일어나 걸어 나갔다고 요한 바오로 2세의 개인비서였던 스타니슬라브 지위치 추기경이 소개했다.
만일 소년의 건강회복이 과학적인 방법으로는 입증되지 않을 경우 요한 바오로 2세의 기적으로 인정돼 바티칸은 그동안 추진해온 요한 바오로 2세를 '복자'로 시복할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될 전망이다.
가톨릭 관계자들은 요한 바오로 2세와 관련된 신적(神迹)이 또 한 번 생기면 성인으로 시성되는 것도 가능해진다고 전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요한 바오로 2세의 4주기 추모미사를 직접 진전하면서 하루빨리 시복 행사를 가질 수 있기를 기원했다.
교황은 강론에서 전임자인 요한 바오로 2세를 회고하면서 "정말 얼마나 많은 성직자들이 그의 고백과 말씀에 영적으로 이끌렸는지 모른다"며 젊은층이 계속 성직의 길과 신앙생활에 합류할 것을 간절히 당부했다.
특히 베네딕토 16세는 폴란드 순례자들에게 "요한 바오로 2세를 성인으로 추앙하기 위한 전단계 조치로 그의 시복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 복자와 성인 품 후보자는 생애와 업적에 대한 평가를 모두 마치는 등 사후 5년이 지나야 시복, 시성 절차에 착수한다.
하지만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요한 바오로 2세 경우 그를 따르던 신자들의 열망을 받아들여 선종한지 한달 열흘 만에 시복 절차 개시를 선언했다.
이번 기적 외에 파킨슨병을 앓아온 프랑스 수녀가 치유된 사실도 요한 바오로 2세와 연관된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위치 추기경은 폴란드 TVN24와 인터뷰에서 요한 바오로 2세가 내년 4월 5주기 전에 성인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럴려면 모든 필요한 단계가 한 점 의심도 남기지 않고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티칸의 시성을 관장하는 시성성 책임자인 안젤로 아마토 대주교는 바티칸 라디오와 회견을 통해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성절차가 이미 탄력을 받은 상태라며 "요한 바오로 2세와 같이 행적이 잘 알려진 교황에 대해선 절차가 더욱 엄밀하고 철저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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