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코미디 영화인가… 외화 제목에 낚였네

입력
2009.04.07 00:56
0 0

처음엔 "무슨 영화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16일 개봉하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제목만 듣고선 특수한 성 취향의 영화 팬들을 위해 고이 준비된 에로물이거나, 동성애가 빚어낸 웃음으로 관객들의 배꼽을 노리는 코미디인 줄 알았다.

그러나 영화의 원제를 알고 나선 심히 당황스러웠다.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Vicky Cristina Barcelona). 지난 2월 스페인 여배우 페넬로페 크루즈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긴 영화다.

비키와 크리스티나라는 미국 여자 2명이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면서 겪게 되는 사랑의 여정을 다룬 이 영화의 감독은 뉴욕의 '삐딱이' 우디 앨런이다.

아카데미 조연상 수상과 우디 앨런이라는 이름의 무게감이 부담스러웠을까. 묘한 상상력을 떠올리게 하는 한국 제목으로 관객 '낚시질'을 시도하려 한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한 영화배우가 "그거 게이 코미디 영화인가요"라고 물어볼 정도니 혼자만의 오해는 아닌 듯 싶다.

지난달 개봉한 '뉴욕은 언제나 사랑 중'은 따스한 사랑이 넘쳐나는 제목으로 로맨틱 코미디 팬들을 호객했다. 원제는 '액시덴탈 허스번드'(Accidental Husband). 굳이 번역하자면 '어쩌다 남편', '우발적으로 생긴 남편' 정도일 것이다.

원제는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앙심을 품고 허위 혼인신고를 하면서 벌어지는 별난 사랑 이야기에 충실하다. 한국 제목은 다소 엉뚱한 사랑을 담아내기보다 낭만적이고 말랑말랑한 느낌을 채워 관객을 유혹한다. 역시나 '낚시'의 혐의가 짙다.

외화 제목이 고지식하게 원제를 따라가서는 곤란한 경우도 있다. 류더화(劉德華)의 포스 강한 얼굴이 가득찬 포스터가 인상적인 '천하무적'은 한자 원제 '天下無賊'을 그대로 살려 9일 개봉한다.

원 제목은 '하늘 아래 도둑이 없다'는 뜻인데, '하늘 아래 대적할 자가 없다'(天下無敵)는 내용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류더화의 절대 무공 액션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다가 실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분을 발라도, 너무 타성에 젖어도 관객의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는 외화 제목, 영화인들이 꼽는 모범답안도 있다. 박물관 소장품들이 생명을 얻으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 '박물관이 살아있다'(Night At The Museum)가 대표적이다.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데 마음이 들썩이지 않을 대한민국 학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