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발사한 장거리 로켓은 성공인가, 실패인가. 로켓은 이미 모두 연소돼 바다에 떨어졌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이제 막 불이 붙는 양상이다.
일단 북한이 로켓 상단에 탑재한 것은 인공위성이라는 판단이 굳어지는 상황이다. 위성 측면에서 본다면 이날 발사는 실패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미 당국은 모두 이 '위성 추정체'가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그러나 위성을 운반한 발사체, 즉 미사일(대포동 2호) 측면에서 평가하면 문제는 다소 복잡해진다. 더구나 "애초부터 북한의 진짜 의도는 위성을 띄우는 것이 아니라 장거리 미사일 투발능력을 시험, 과시하는 것"(정부 소식통)이라는 분석을 감안하면, 위성의 궤도 진입 실패는 이번 로켓 발사의 성패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위성 발사체, 즉 장거리 미사일은 발사에 성공한 것일까. 우선 사정거리는 어떠한가. 정부 발표에 따르면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것은 이날 오전 11시30분15초. 우리 정부와 미국은 1, 2단계 추진체의 낙하지점에 대해 아직 확인하지 않고 있지만, 일본 정부 발표에 따르면 발사 후 7분이 지난 오전 11시37분, 1단계 추진체는 일본 아키타(秋田)현 서쪽 280㎞ 동해상에 떨어졌다.
북한이 지난달 11일 국제해사기구(IMO)에 통고한 1단계 추진체 낙하 지점의 범위에 들어가는 지점이다. 로켓의 비행 방향 역시 예고한 방향이었다. 로켓은 동해상에 1단계 추진체를 떨어뜨린 뒤 2단계 추진체를 이용해 일본 열도를 지나 태평양 상공으로 비행했다.
일본 정부는 오전 11시48분께 일본에서 동쪽으로 약 2,100㎞ 떨어진 곳까지 나머지 로켓을 추적한 뒤 레이더 범위를 벗어나 추적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일본 동부 해안까지 1,000㎞ 남짓이기 때문에 2단계 추진체의 실제 비행 거리는 3,100~3,200㎞ 이상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예고했던 낙하 지점 범위(약 3,100~4,000㎞)에 도달했거나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1998년 대포동 1호 미사일의 2단계 추진체는 발사 장소에서 약 1,600㎞ 떨어진 태평양에 떨어졌다. 일본 정부의 발표가 맞다면 이날 발사에서는 그 두 배에 달하는 거리를 날아간 것이다.
국방부가 추정하고 있는 대포동 1호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약 2,500㎞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발사된 로켓이 만일 탄두를 실은 미사일(대포동 2호)이었다면 사정거리가 4,000~5,000㎞ 이상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
위성 발사 실패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번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미사일 능력에 한층 더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ICBM은 통상 사정거리 5,500㎞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말한다.
그러나 비행 거리 외에도 고려할 점은 있다. 정부 소식통은 "2단계 추진체가 3단계인 위성을 못 올릴 정도로 추진력을 잃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2단계 추진체가 아무리 멀리 날아갔다 해도 3단계에 탑재되는 위성(탄두)을 제대로 날려보내지 못했다면 ICBM으로서는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다.
ICBM은 탄두가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 공간을 비행한 뒤 다시 대기권을 뚫고 진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또 "동해상(1단계 낙하지점)은 논란이 없는데, 태평양(2단계 낙하지점)은 예상보다 짧았다"고 밝혔다. "일본 방위성이 발표한 2단계 추진체 거리가 잘못됐을 수도 있다"(정부 소식통)는 분석과 비슷한 맥락이다.
"로켓의 2단계와 3단계 부분이 한꺼번에 태평양에 떨어졌다고 미국측이 평가했다"(정부 고위 당국자)는 언급 역시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2단계 추진체의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동시에 3단계 부분이 대기권을 벗어나지도 못했다는 뜻이 된다. 로켓의 우주 진입 여부, 2ㆍ3단계 분리 여부 등에 대해 정부는 "더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장거리 미사일로서의 발사 성공 여부는 정확한 궤도와 추진체 낙하 지점 등에 대한 북미방공사령부(NORAD)의 공식 발표 이후에야 판단이 가능할 전망이다.
진성훈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