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4년~중 3년생을 대상으로 한 '교과학습 진단평가'가 31일 전국적으로 실시됐으나, 800명 가까운 평가 대상 학생들이 시험을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떠나는 등 예상대로 파행이 빚어졌다.
우려됐던 교육당국과 학부모 단체와의 정면 충돌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교육당국은 평가 불복종 교사들을 징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른바 '일제고사'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 771명 시험 거부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학부모 단체 등은 이날 시험을 거부하는 대신 전국 20여 곳의 야외 학습지에서 생태 탐방 등 체험학습을 강행했다. 체험학습 참가자는 학생과 학부모를 합쳐 1,47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는 '일제고사폐지전국시민모임'이 주관한 체험학습에 320여명이 몰려 경기 여주 신륵사 등지에서 생태 수업을 실시했고, 경기 119명, 대전ㆍ충남 144명, 광주ㆍ전남 112명, 강원 107명 등 다른 지역들도 인근 야외 학습지에서 자체 행사를 가졌다.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초등학교 4학년생 아들과 체험학습에 나선 학부모 김모(43ㆍ여)씨는 "담임 교사로부터 체험학습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전화를 4차례나 받았다"며 "일제고사가 국민의 의무도 아닌데 교육 당국이 학력 진단을 빌미로 학생과 학부모를 옥죄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 16개 시ㆍ도교육청이 집계한 평가 미응시 현황에 따르면 총 771명의 평가 대상 학생들이 학교장 승인 없이 체험학습을 떠났거나 평가를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전체 67만7,000여명의 응시 대상자 중 65명이 시험을 거부했고, 경남(101명), 전북(93명), 충남(89명) 등도 미응시자가 많았다.
▲ 무더기 교사 징계 가능성
체험학습과 별도로 진단평가에 반대해 불복종 운동을 선언한 전국교직원노조 소속 교사들에 대한 징계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30일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학부모들에게 체험학습을 안내한 122명의 교사 명단과 소속 학교를 공개했다. 이 가운데 이번 평가 대상인 초4~중3년 담당 교사는 41명(초 17명, 중 24명)으로 파악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일단 이들의 체험학습 유도 여부 등 사실 관계를 면밀히 조사한 뒤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시험에서 교사가 주도한 조직적인 평가 방해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치러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당시 파면ㆍ해임 등 중징계를 당한 교사들의 처벌 사유가 평가 거부 목적의 서신 발송, 체험학습 안내 등 이번 불복종 운동의 전개 양상과 유사했던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징계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교육청은 이들에게 성실ㆍ복종 의무를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위반을 적용한 바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명단에 오른 교사가 조사 기준이 아니라, 평가 전후 과정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시험거부 유도 등 명백히 문제가 있는 사실이 확인되면 법규에 따라 사안별로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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