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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빚더미 시대] <5·끝> 등록금 문제 이렇게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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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빚더미 시대] <5·끝> 등록금 문제 이렇게 풀자

입력
2009.04.0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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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년제 사립대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739만원. 도시근로자 가구의 연간 평균 소득 4,673만원의 15.8%에 달한다. 자녀 2명이 한꺼번에 대학에 다닐 경우 등록금에만 소득의 3분의1을 쏟아부어야 한다. 올해 대학들은 극심한 경기침체를 감안해 등록금을 동결했지만,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들은 여전히 등록금 고통에 허리가 휜다.

정부는 최근 학자금 대출이자를 한시적으로 낮추는 등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정도는 해법이 되지 못한다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견해다. 학자금 대출에 따른 대학생 신용불량자가 1만명을 넘어서고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자살하는 학생까지 생기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매년 물가상승률의 2~4배씩 오르는 등록금 고공행진에 브레이크를 걸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효과적인 제도로 꼽는 것은 등록금 상한제. 등록금 총액과 인상폭을 제한하는 이 제도는 영국 프랑스 등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박거용 소장은"등록금이 동결된 올해가 등록금 상한제를 도입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며 "이를 시작으로 서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등록금의 절대 액수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등록금네트워크와 참여연대는 최근 전국 가구 월 평균 소득(약 330만원)을 기준액으로 하고 그 150% 범위 안에서 등록금을 정하도록 하는 안을 제시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이 안에 따른 등록금 상한선이 지난해 4년제 사립대 평균 등록금 739만원에 근접하는 2014년까지는 등록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올해부터 5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 상한액을 맞추고 이후 물가상승률이나 평균 소득 등을 반영해 상한선을 정하자는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쌍수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재정의 절반 이상을 등록금에 의존해온 대학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결국 등록금 상한제가 현실화 하려면 국고 지원 확대 등을 통한 대학 재정의 건전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김민구 아주대 기획처장은 "현재 사립대 재정의 10%에 불과한 국고 보조금 비율이 30% 선으로 늘어난다면 등록금 의존도를 상당부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예산 등 타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을 전제로 하면서도 "등록금 문제와 관련 사립대에 재정교부를 확대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원 확대의 전제 조건으로 대학 스스로 재정의 건전성,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학교 회계의 투명성을 좀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도 "정부가 지원한 돈이 등록금 문제 해결에 제대로 쓰였는지 확인할 제도적 장치를 먼저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건축기금이 대학 기금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을 지적, "연구와 장학기금 등 대학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분야에 보다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학에 대한 기업 등의 기부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기업들의 기부가 건물 등 하드웨어 측면에 지나치게 쏠려있는데,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장학금 등 소프트웨어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록금 자체를 낮추는 방안 외에 영국 등에서 실시하는 '소득연계형 등록금 후불제'도 대안으로 꼽힌다. 박이선 참교육학부모회 전 부회장은 "학생이 등록금 부담 없이 학업을 마친 뒤 취업해 일정한 소득에 이르렀을 때부터 등록금을 상환하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도 "영국처럼 등록금을 나중에 일정한 소득에 따라 세금 형식으로 내는 방안을 선택하면 과세방법에 다양한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재정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시행 가능한 대책으로는 학자금 대출과 관련한 제안이 많다. 황희란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학자금 대출의 거치 및 상환 기간이 너무 짧다"며 "졸업 후 5~10년 정도의 거치기간을 두고 상환기간도 10년 이상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부회장도 "현재 7%가 넘는 학자금 대출 이자를 3% 대로 내려야 학생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전문가들은 건강보험 등의 경우처럼 소득 분위별로 액수를 달리하는 등록금 차등 부과제와 무상장학금 확대, 대학의 과도한 적립금 규제책 마련과 등록금 책정 시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등록금심의위원회 운영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박정원 상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등록금 대책 마련의 원칙은 적어도 돈이 없어 학업을 포기하는 대학생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어야 한다"며 "대학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선

미국 예일·하버드 등 저소득층 학비 경감 대책 잇따라영국 취업후 소득 일정수준 되면 갚는 등록금 후불제일본 무상·4%안팎 저리대출… 이자율 한국의 절반

지난해 미국 4년제 사립대의 평균 등록금은 연간 2만3,712달러, 한화로 3,200만원에 달했다. 미국 국민소득이 한국의 2배가 넘는 점을 감안해도 한국의 1.5배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등록금 문제는 한국만큼 심각하지 않다. 등록금이 싼 주립대 비율이 한국의 3배를 웃돌고, 각종 학비 지원 제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주립대 수는 전체 대학(4,070개)의 41.5%인 1,688개. 학생 수로 따지면 전체 대학생(1,440만명)의 76.4%에 해당한다. 주립대 평균 등록금은 연간 6,185달러(약 840만원)로, 양국 소득차를 감안하면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국공립대는 고작 30개로 전체 4년제 대학(187개)의 16%, 학생 수도 33만여명으로 전체의 23%에 불과하다.

미국은 사립대의 높은 등록금 문제를 지원 제도로 풀고 있다. 고소득층 자녀는 부모가 등록금을 내고, 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구조다. 정부 차원에서 일반 저소득층을 위한 연방펠 보조금, 연방보충교육기회보조금 등 학자금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돈을 벌며 공부할 수 있는 근로장학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이들 제도에 투입되는 자금은 연간 150억달러에 달한다.

사립대들도 등록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버드대는 지난해 소득이 연 18만 달러(약 2억4,800만원) 이하인 가정 자녀들의 학비를 가계 연소득의 10% 이내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연 소득 6만 달러 이하는 아예 수업료를 면제할 계획이다. 스탠퍼드대는 가계소득 10만 달러 이하인 학생의 등록금 면제를 추진 중이다. 예일대도 올 가을학기부터 수업료, 기숙사비 등 학비 부담을 절반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을 내놓았고, 듀크대 펜실베이니아대 등도 잇따라 학비 경감대책을 발표했다.

영국의 대학 등록금은 연간 최고 3,000파운드(약 600만원)로 매우 저렴하다. 고등교육법에 따라 교육부에서 규칙으로 등록금 상한선을 정하는데, 2004년 이후 변동이 없다. 이마저도 부담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2006년부터 '소득 연계형 등록금 후불제'도 시행하고 있다. 등록금 부담 없이 공부를 마친 뒤 취업해 연봉 1만5,000파운드(3,000만원) 이상을 받는 시점부터 초과분의 9%를 내도록 하는 것. 도중에 직장을 잃으면 상환 의무도 중단된다. 벌 수 있을 때 돈을 모아 후배들의 등록금으로 쓴다는 취지다.

일본은 전체 대학 가운데 사립대 비율이 74.9%이고, 사립대의 1년 등록금도 평균 84만엔(1,138만원)에 이른다는 점에서 한국과 유사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일본은 이 같은 문제를 무상ㆍ저리 대출로 풀고 있다. 무이자 대출의 경우 상환기간이 14~16년이며, 저리 대출은 상환기간 13~20년, 이자율은 4% 안팎이다. 한국의 학자금 대출과 비교하면 상환기간은 2배, 이율은 절반 수준이다.

김성환 기자

허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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