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세상을 떠난 홍콩 화마오(華懋) 그룹 궁루신(如心) 회장의 120억 달러(약 16조6,000억원)가 넘는 유산 쟁탈전이 그의 개인 풍수가인 천전충(陳振聰ㆍ50)을 법정 상속자로 지목한 유언장이 가짜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더욱 가열되고 있다.
아시아 최고의 여성 부호로 꼽힌 궁 회장은 암 투병 끝에 69세에 숨지면서 전혀 다른 내용의 유언장을 두 개 남겨 '세기의 송사'를 불렀다. 당초 유족들은 궁 회장이 2002년 작성한 유언장에 따라 유산 전액을 '화마오 자선기금'에 넘겨 자선사업과 회사 발전을 위해 쓴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장례식 다음날 천전충이 2006년 병상에서 궁 회장이 다시 작성했다는 유언장을 내놓아 법정 다툼이 벌어졌다. 새 유언장은 천전충을 유일 합법의 상속인으로 명기했다. 또 유부남인 천은 1993년부터 2006년까지 궁 회장과 연인 사이였다고 고백, 파문을 일으켰다.
명보(明報) 등 홍콩 신문들이 3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첫 유언장에 의해 궁 회장의 전재산을 받기로 된 화마오 자선기금은 궁 회장의 서명 80여건을 영국 필적 감정가 로버트 래들리가 대조한 결과 천이 제시한 유언장 사인이 위조된 것으로 판명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화마오 자선기금의 허원지(何文基) 고문 변호사는 병으로 인한 심신상실 상태의 궁 회장이 영생을 약속한 천의 감언이설에 속아 전 재산을 그에게 넘기는 유언장을 썼다는 종전 고소장 내용을 변경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그간 유족과 자선기금 측은 천이 풍수 관행들을 실천하면 오래 살 수 있다며 궁 회장을 심리적으로 압박했다고 비난해 왔다. 사건 예비 심리를 해온 린원한(林文翰) 판사는 고소장에 유언장 위조 혐의를 추가할 지 여부 등에 관한 결정을 14일까지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허 변호사는 유언장 날조 입증을 위해 관련 증인 20명을 내세울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는 "우리 쪽의 승소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전충이 선임한 이언 밀 변호사는 "자선기금 측이 의뢰인을 사기범으로 모는 것은 중대한 도발이며 우리 쪽도 궁 회장의 서명을 수집해 전문가에 분석을 맡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궁 회장은 부동산 재벌이던 남편 왕더후이(王德輝)가 1990년 납치돼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은 채 실종선고가 나자 유언장의 진위를 놓고 시아버지와 8년간의 법정 싸움을 벌인 끝에 이겨 재산을 물려 받았지만 자식도 없이 사망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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