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하다. 북한이 발사한다는 로켓에 연료를 넣기 시작했다는데도 2일 주가와 원화가치는 되려 초강세를 보였다. 외국인도 대거 '바이 코리아'에 동참했다. 이쯤 되면 '자신감'인지, '불감증'인지 헷갈릴 정도. 우리 뇌리에 박혀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이제 끝난 것일까. 전문가들은 한국경제 바탕에 깔려있는 코리아 리스크와 단기적인 북한 악재의 영향력은 이제 구분해 봐야 할 때가 왔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다.
잊혀진 북한 리스크
북한발(發) 미사일 리스크는 이번 주 들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이날은 로켓 연료주입 시작 소식에 이어 '일본이 사소한 요격 움직임이라도 보이면 즉각 보복 타격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발표로 긴장감이 극에 달한 상황.
하지만 금융시장은 청개구리마냥 정반대로 뛰었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3.61포인트(3.54%) 오른 1,276.97로 장을 마쳐 올해 최고치를 돌파했다. 북한 변수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한 외국인마저 3,300억원 어치 이상을 순매수하며 급등을 도왔다. 원ㆍ달러 환율 역시 전날보다 45원 급락한 1,334.5원으로 거래를 마쳐 두 달 반 만에 최저치에 근접했다.
이날 시장을 움직인 변수에 북한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대신 뉴욕증시 강세, 경기반전 기대감, 역외세력 달러 매도세 등 '경제적 이유'들만 가득 거론됐다. 지난달 '3월위기설'의 주요 근거로 미사일이 빠지지 않던 때가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 삼성증권 전종규 연구원은 "위기가 길어진데다 미국 일본 등이 개입된 정치적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해 투자 심리에 별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역사의 교훈
이런 청개구리 반응은 그 동안 얻은 학습효과 탓이 크다. 실제 과거 굵직한 북한 악재 때마다 주식시장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2006년7월 북한이 대포동 2호 등 단ㆍ중ㆍ장거리 미사일 여러 발을 예고 없이 발사했을 때도 코스피지수는 당일 0.47% 하락하는 데 그쳤고 사흘 만에 원상회복 됐다. 더 거슬러가면 1994년7월 김일성 주석 사망 직후에도 주가는 0.79% 하락에 그쳤고, 지난해 9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을 때는 되려 0.72%가 올랐다.
그나마 충격을 끼친 사례로 꼽히는 서해 미사일 발사(지난해 8월ㆍ이틀간 86.76포인트 급락) 때도 주원인은 해외증시 급락이 꼽혔고 핵실험(2006년 10월ㆍ당일 32.6포인트 하락) 당시에도 일주일 만에 원상태를 회복했다.
한국의 안보 리스크를 습관처럼 되뇌는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실제 북한의 도발을 이유로 등급을 내린 적은 없다. 다만, 지난해 유난히 급등한 환율처럼 원화의 높은 변동성에는 북한요인이 일조하는 면이 있고 국가 신인도를 뜻하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일시적으로 상승한 바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보위험과 시장위험은 달라"
그렇다면 적어도 경제 측면에서 북한 리스크는 이제 파괴력을 잃은 것일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있어도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가장 위협적인 시기에 북한의 도발이 악재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예측 가능한 '상수'에 가깝다는 논리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박사는 "오랜 경험으로 북한의 행태에 익숙해 있는 내국인은 물론 기본적으로 한국에 투자ㆍ진출해 있는 외국인들은 이미 북한요소를 감안하고 있어 웬만한 충격에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국내외 자본을 막론하고 북한 리스크의 최대 변수는 체제 불안정과 남북간 군사충돌 가능성인데, 두 경우의 최대 사건이었던 김일성 사망이나 핵실험 때도 거의 영향이 없었던 만큼 앞으로도 시장이 북한에 크게 휘둘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구희진 리서치센터장은 "오히려 향후 실물지표 악화 등 다른 요소들이 안 좋아 시장이 정체되면 그 때 북한 요소가 하락의 빌미를 제공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미사일 사태의 충격파는 오히려 발사 이후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우증권 김성주 투자전략팀장은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강한 대북제재나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 있다면 시장에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식기자
강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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