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볼 수 있는 그림책이 나왔다.
공공문화 개발단체인 유알아트 산하 촉각예술센터가 최근 발간한 책 <지하철 감각여행> <별의 문자> <감각> <먼지ㆍ마리ㆍ그루ㆍ방울> 은 장애ㆍ비장애의 경계를 넘어선 그림책이다. 전주국립박물관과 출판사 창비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그림책을 낸 적이 있지만, 모두 기존의 시각 이미지를 입체로 구현한 것이었다. 비장애인에게는 필요없는 책이고, 이미지를 인지하는 방법이 다른 시각장애인에게는 알쏭달쏭한 책이었다. 먼지ㆍ마리ㆍ그루ㆍ방울> 감각> 별의> 지하철>
그와 달리 촉각예술센터의 그림책에는 시각장애인의 '경험적 이미지'가 담겨있다. 예컨대 <지하철 감각여행> 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지하철이라는 일상적 공간을 얼마나 다르게 인지하는지 깨닫게 해 준다. 손과 발에 닿는 부분은 크게 과장돼 입체로 표현된 반면, 눈으로만 볼 수 있는 풍경은 생략돼 있다. 반면 비장애인의 그림책에선 볼 수 없는 냄새와 소리의 음파도 질감이 서로 다른 재료로 표현돼 있다. 지하철>
김지나 촉각예술센터 소장은 "시각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는 굉장히 다른 방식으로 그림을 '이해'한다"며 "손과 발끝에 닿는 촉감, 냄새와 소리로 감지할 수 있는 분위기 같은 요소로 그려낸 그림책"이라고 이 책들을 소개했다. 김 소장의 설명대로 비장애인이 처음 이 그림책을 접하면 마치 추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김 소장은 "우선 눈을 감고 그림책을 느껴볼 것"을 권했다.
어쩌면 비장애인이 이 그림책에서 느끼는 낯섦이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놓인 간극일지 모른다. 김 소장은 이 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을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아무도 소외시키지 않는 책을 만드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지하철 감각여행> 의 각 페이지에 한글과 점자로 병기돼 있는 것처럼 "만일 보지 않고 느낀다면", 이 그림책이 전하는 소통의 메시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하철>
유상호 기자 sh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