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의 베냐민 네타냐후(60)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의 새 정부가 31일 출범했다. AFP통신 등 외신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반대하고, 핵심 각료들도 매파들로 채워져 향후 중동 평화 협상 전망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확실한 우파 정부
네타냐후 총리는 31일 의회에서 각료 30명과 함께 취임 선서를 하고 4년 임기를 시작했다. 리쿠드당 당수인 네타냐후 총리는 정당간 합종연횡을 통해 의회 120석 중 69석을 확보했다. 연정에는 리쿠드당(27석), 극우색채의 이스라엘 베이테누당(15석) 유대인의 집(3석), 중도좌파 성향의 노동당(13석), 유대교 정당인 샤스당(11석) 등이 참여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외무장관에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베이테누당 대표를, 국방장관은 에후드 바라크 노동당 당수를 각각 임명했다. 리베르만 대표는 아랍국가와 이스라엘 거주 아랍계 주민을 겨냥한 인종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아 물의를 일으켰고, 바라크 당수는 일방적인 팔레스타인 학살로 지탄받았던 가자지구 전쟁을 지휘했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새 정권은 역사상 가장 오른쪽으로 치우친 정부"라고 평가했다.
험난해 보이는 평화협상
네타냐후 총리는 취임 직후 "팔레스타인과 평화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고, 아랍국가들과의 평화도 이룩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 이미지를 희석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그는 이스라엘 옆에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세우자는 '두 국가 해법'에 대해 여전히 수용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어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와의 갈등이 불가피해보인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땅과 평화의 교환이라는 기본원칙에 충실할 수 있도록 미국이 이스라엘을 압박해야 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 문제에 관해서도 협상보다는 강공책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올해 초 총선을 앞두고 하마스 괴멸을 공언했고, 외무장관 등 주요 각료들은 이런 그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10년 만에 재집권한 네타냐후
이스라엘의 32번째 정부를 이끄는 네타냐후 총리는 1996년 최연소(47세) 총리에 올라 3년간 강경일변도의 대 아랍 정책을 폈다. 이번 총선에서 치피 리브니 전 외무장관이 이끄는 카디마당에 1석 차로 패했지만 보수진영 결집에 성공, 다시 총리에 올랐다. 선거기간 중 카디마당이 주축이 돼 추진하던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정예 특수부대원 출신으로 1967년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 항공기 구출작전에 참여했다. 이스라엘 특수부대 지휘관인 친형이 사망하자 테러리즘 연구에 전념, 3권의 전문서적을 펴냈다. 아리엘 샤론 총리의 연립정부에 재무장관으로 참여했지만 2005년 9월 샤론 총리가 가자지구 유대인 정착촌 철수를 강행하자 미련없이 장관직을 버렸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