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호(53) 서울 삼성 감독은 늘 앉는다. 자세도 일정하다. 오른 무릎을 코트 바닥에 붙이고 왼 무릎은 곧게 세운다. 오른손은 오른 무릎에 얹어두고 왼손으로 작전을 지시한다. 10개 구단 감독 중 앉아서 지휘하는 사령탑은 안 감독이 유일하다.
"글쎄요, 아마도 초보 코치 때부터 그랬던 것 같은데요." 안 감독은 1986년 여자실업농구 코오롱 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의 길에 접어들었다. '앉아서 지휘' 경력이 올해로 24년째인 셈이다.
여느 감독들과 달리 안 감독이 앉는 이유는 간단하다. 위에서 내려보는 것보다 아래서 올려보는 게 시각적으로 편하기 때문이다. "위로 쳐다보는 게 잘 보이더라고요. 특별히 의식하는 것은 아니지만 승부처가 되면 저도 모르게 앉게 됩니다."
안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LG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3승1패로 승리, 4강에 올랐다. 삼성은 7일부터 정규시즌 1위 울산 모비스와 결승 티켓을 다툰다. 두 팀간의 최근 플레이오프 대결은 2005~06 시즌 챔프전. 당시 삼성은 높이를 앞세워 4승 무패의 완승을 거두고 정상에 올랐다.
"높이의 LG와 달리 모비스는 스피드와 3점슛이 뛰어난 팀이니까 거기에 맞춰서 전략을 짤 겁니다. 저희 팀도 챔프전에 갈 자격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안 감독의 '앉아서 지휘'를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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