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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우리들의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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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우리들의 선생님

입력
2009.04.07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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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애를 통해 듣는 '선생님의 모습'이 우리 때와 비슷해 놀라곤 한다. 독특한 말투, 짙은 화장으로 '2센티'란 별명을 가진 선생님, 일년 내내 같은 옷만 입는 선생님 등 세대 차이란 게 느껴지지 않는다. 요새 부쩍 큰애는 담임 선생님 이야기를 많이 한다. 사회 선생님인데 묻는 것마다 모르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큰애가 불쑥불쑥 질문을 던질 때마다 말문이 막혔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엄마, 좌익이 뭐야? 우익은 뭐야?" "진보는 뭐야?" 그러다가 어느 날 "구조주의가 뭐야?"란 식의 질문도 해올 것이다. 선생님 덕분에 질문 공세에 시달리던 날로부터 조금씩 해방되고 있다. 중학교 때 선생님이 떠오른다. 노처녀에 유난히 키가 작은 분이었다. 늘 키보다도 긴 몽둥이를 들고 수업에 들어왔다. 몽둥이가 하도 길어 체벌을 할 때면 좁은 거리에서는 각이 나오지 않았다.

창가 쪽 아이를 때리려면 복도 쪽까지 움직여야 했다. 꼭 문제는 키 큰 아이들부터 풀게 했다. 정답을 못 맞추면 "키가 큰 것들이 이것도 못 푸냐"고 했다. 이제야 그 몽둥이가 자신보다 키 큰 아이들에게 위엄있게 보일 수 있는 하나의 컨셉이었다는 것을 알겠다. 선생님도 우리가 두려웠던 것이다. 훗날 선생님이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러운 분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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