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샛별ㆍ최흡 지음/이화여대출판부 발행ㆍ288쪽ㆍ1만5,000원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서른을 넘긴 한국인이라면 잠결에도 멜로디를 알아차릴 수 있는 만화영화 '캔디'의 주제가 첫부분이다. 애니메이션과 함께 주제가도 번안된 곡인데, 원곡의 가사는 '외로워도'가 아니라 일본말 '주근깨'로 시작한다. '주근깨'가 현해탄을 건너면서 '외로워도'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
이 책은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분야로 빠르게 확장하면서 대중문화의 핵으로 자리잡은 만화를 문화사회학의 틀로 들여다본다. 저자는 남매다. 오빠는 일간지 기자(최흡), 동생은 대학교수(최샛별)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 가장 친밀도 높은 문화 콘텐츠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만, 저급한 것으로 여겨져 학술적 접근 대상에서 제외됐던 만화를 분석하는 데 남매가 의기투합했다.
2부로 나뉜 책은 1부에서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어떻게 범주화할 것인지, 그리고 문화사회학이 무엇인지를 소개한다. 또 한국과 일본의 만화를 비교 분석해, 만화는 그것을 생산한 사회를 엿보는 창이 될 수 있다고 서술한다. 2부에서는 사회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만화를 분석하고, 중요한 문화적 텍스트로서의 만화의 모습을 조명한다. 이를 위해 반영 이론, 형성 이론, 문화의 다이아몬드 이론 등 사회학 개념이 동원된다.
저자들은 말괄량이 캔디가 '인고의 여인'으로 변모하는 과정에 1970년대 한국의 시대상을 연계시키고, 이현세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의 끔찍한 지옥훈련에 대한 폭발적 공감에서 한국인의 의식 속에 잠재된 비밀을 밝혀낸다. 포도주를 다룬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 과 허영만의 <식객> 등 음식을 주제로 한 만화가 인기를 얻는 최근의 트렌드에서 드러나는 사회적 함의도 소개한다. 만화라는 주제는 같지만 그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오빠와 '학술성'을 포기하지 못한 동생 사이에서 절충을 이룬 책의 수준이, 가볍지 않은 문화교양서를 찾는 독자에게 잘 맞는다. 식객> 신의> 공포의>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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